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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Aug 25. 2023

어떤 삶을 살고 싶니?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원점은 없다.



"2007년의 나는 마흔을 앞두고 있었다. 대학의 교수였고 날마다 생방송으로 나가는 라디오 문화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다. 하루하루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아내와 나는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초청을 받아들여 그곳에서 일 년간 머물기로 결정을 했다. 나는 대학과 라디오 프로그램을 그만두었다. 무엇보다 큰 결정은 그때까지 살던 아파트를 내놓은 것이었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p192


서두에 저자가 경험한 내용이 등장한다. 저자는 일상을 정리하고 새롭게 캐나다로 떠난다.

1년의 캐나다 여정을 마치고 3개월의 시간이 비어 그 시간을 이탈리아 세 달, 밴쿠버에서 1년을 보낸다. 그리고 뉴욕에서 2년 반을 보내고 원래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와서 정착한다.


저자는 삶의 일정조차도 여행처럼 살아간다. 단기여행이든 장기여행이든 그 기간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저자는 지금 머무는 곳이 영원히 살 곳이라고 정의하지 않고 언젠가 떠날 곳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듯 저자는 한 곳에 머무르는 삶이 아니라 늘 모험처럼 떠도는 인생을 꿈꾸는 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상관없이 마음이 끌리는 대로 저자는 인생자체를 여행처럼 살아감을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도입부에 마흔이라는 나이를 기점으로 삶을 여행처럼 사는 저자를 보게 된다. 나도 저자처럼 어딘가에 메이지 않는 여행 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은 게 꿈이다. 그런데 어쩐다! 여느 삶보다 더 메여있고 제한되어 있는데 말이지.


이곳을 벗어나 훨훨 날아갈 용기가 있을까? 자기 결정에 의해 내가 선택해서 들어온 이곳에서 나는 나비를 꿈꾼다. 공간적 자유를 가진 나비가 아닌 내 영혼에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는 나비말이다.


어느 누군가는 세계를 다 누비고 다녀도 작은 철창 속 단칸방 같은 마음의 공간에서 스스로를 옥죄고 살아간다. 또 다른 누군가는 철창 속 몸 하나 가누기 힘든 공간에서 세계를 꿰뚫는 통찰을 가지고 저 멀리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며 우주를 발견하기도 한다.

기회가 되어서 몸과 영혼이 모두 자유로워져 훨훨 날았으면 좋겠지만...

누군가의 날개펴기를 보며 부러움과 시기심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그 누군가가 아니니까. 나로서 나의 여행을 가보련다.



저자의 도입부의 글을 나의 글로 바꾸어 보았다.


"2022년의 나는 마흔세 살을 앞두고 있었다. 주부이고 5년 만의 복직을 코 앞에 앞두고 있었다. 하루하루 여유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 나는 가족과 함께 있는 이곳을 떠나 타 도시에서 복직을 한다. 원룸을 구하고 복직신청서를 제출했다. 무엇보다 큰 결정은 가족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는 것이었다. 복직하자마자 고충서류를 냈고 바로 고충전보 발령이 떨어져 그곳에서 1개월 보름을 머물고  집 가까운 도시로 와서 가족들과 10개월 가까이 머물고 있다. "


복직을 하고 타 지역을 거쳐 다시 집 인근 도시로 돌아왔을 때 얼굴생김새는 그대로 나일지 모르나 이전의 나는 없어졌다. 복직 후 긴장과 불안이 내면에 장착되었고 조금 더 단단해진 상태로 컴백했다. 직장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세팅하고 있었다. 이렇듯 자기 결정에 의한 여행이든 일상의 여행이든 여행은 우리를 다른 나로 탈바꿈하게 하고 원점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한다.


나도 달리 생각하면 여행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5년의 긴 장기휴직동안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이동, 또 이동이 있었다. 나의 마음속에는 항상 두 가지가 함께 공존한다. 한 곳에 안정적으로 머무르고 싶은 것과 언제든 미지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지금은 이 두 가지 마음이 균형을 잡고 일상을 살아간다. 언젠가 이 두 개의 저울추 중 어느 한쪽인 미지의 세계로 기울어지면 나는 망설임 없이 짐을 챙기고 떠날 것이다.

다만 지금 나는 해야 할 일이 있다. 두 자녀가 건강하게 든든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만나는 내담자들에게 세상에 어둠이 있지만 반대로 반드시 빛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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