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소리와 외부 소리 그 중간 어느쯤에서
조던피터슨이 쓴 '의미의 지도'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신화 속 이야기를 통해 그 의미와 삶과 마주하는 문제를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의미의 지도에서 미지의 세계는 괴물, 혼돈, 어둠과 같은 무시무시하고 무서운 존재로 상징화된다. 미지의 세계는 가보기 전에는 범접할 수 없는 두려운 공간이지만 막상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딛고 걸어가면 그 미지는 어느새 삶에 익숙해진다는 새로운 발견을 해주었다.
사람을 종류로 나눈다면 여러 기준으로 분류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곳에서 사람은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익숙한 곳에 계속 머무르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걸어가는 사람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여기서 질문을 던져 본다. 왜 사람은 익숙한 곳에 머물려고 할까? 소속, 안정의 욕구에 정착하고 싶은 건 아닐까? 지금 현재를 벗어나면 두렵고 불안하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것을 당면할 용기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머무르는 곳이 완전히 만족스러울까? 이에 대한 대답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족스러우면 더 만족스러운 완전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견고한 자기만의 성을 건축할 것이다.
혹시 불만족스럽더라도 여기서 벗어난들 더 나아질 거란 보장이 없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냥 이 자리에 머무를 수도 있다.
사람은 이 땅에서 모태의 몸에서 탯줄을 끊고 나오는 그 순간부터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그 말은즉슨, 늘 불안과 두려움이 생존본능처럼 장착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해 내적 혹은 외적인 무언가를 소유하고 채우려고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외로움은 인간의 어떤 소유 혹은 행위를 통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지난 시절 선택의 기로에서 늘 현재의 머무름과 새로운 변화가 눈앞에 있었다. 때로는 현재에 머물렀고, 또 때로는 새로운 변화를 선택했다. 어떤 선택에도 정답은 없었다.
다만 살아오면서 느낀 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안 해보고 후회하면 평생 해보지 못한 과거에 얽매여 남 탓, 자책으로 오늘의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해서 후회했다면 그건 아쉬움과 남 탓은 없겠지. 그저 내 선택이 힘들고 어려웠다고 투정하고 하소연은 하겠지.
결국 후회는 어떤 선택이든 남는다. 새로운 선택과 결단이 큰 스트레스이고 외부의 저항이 크다면 더더욱 힘들다. 그럼에도 내가 정말 하고 싶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외부의 저항은 배가 바다로 나아가는데 바람의 저항일 뿐 헤쳐 나가야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일 때마다 나의 나약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내 욕구보다 상황, 외부사람의 말에 흔들리고 휘둘리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틀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높은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온다. 이런 상태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몸컨디션의 난조로 이어져 질병을 자초하는 격이 된다.
그러나 이런 상태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시간은 흐르고 감정과 생각도 점차 물 흐르듯 흘러가고 남는 건 내면의 소리에서 울리는 간단한 메시지이다. 혹시 감정과 생각이 물 흐르듯 흘러가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고여있다면 그것은 정신적, 육체적 큰 병을 나을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나에게 울리는 간단한 메시지는 뭘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쫄지 말고 고고하자."
인생은 선택이고 변화의 연속이다. 누군가는 자신 경험이 정답인 것처럼 내게 뼈 때리는 충고와 조언을 한다. 그 사람의 말은 나를 위한 걱정과 우려임을 알고 있지만 때론 그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 그 말이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다. 때와 상황에 따라 그 조언은 어떤 선택을 하는데 추가적인 정보는 될 수 있으나 인생의 해답은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 사람이 경험한 깨닫음은 그 사람의 것이고, 내가 그 사람과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해서 동일한 깨닫음과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경험에서 나오는 것은 나만의 새로운 경험이고 창조이다.
인생은 부딪혀봐야 아는 법이다.
사람마다 동일한 상황이 주어져도 그것을 해석하고 반응하고 헤쳐나가는 태도는 다 다르고 각양각색이다. 나만의 사건, 나만의 반응이 만들어져 나만의 스토리가 탄생된다. 나는 오늘도 기대한다. 알 수 없는 인생을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다. 다 왔다고 생각해도 그건 내 착각일 뿐 다 오지 않았다. 신이 내게 이 땅에서 생이 끝났다고 종지부를 찍어주기 전까지는 나는 인생의 방랑자처럼 어디론가 가야 한다. 어차피 가야 하는 방랑자 인생이라면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여 나다움을 찾을 수 있는 그 길을 가고 싶다.
누군가가 보기에 똥을 밟는 것이고 돈 안되고 손해만 보는 길처럼 보여도 나는 확신한다. 내면에 울림과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 손을 붙잡고 간다면 그 길은 풀밭길에서 오솔길을 내는 길이고 마침내 닦여지지 않는 길에 새로운 길을 만드는 나의 길 닦기 작업인 것을 말이다. 이 말은 새로운 변화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을 때 익숙한 것보다는 낯설고 날것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서보자. 그리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혼자서의 사색이든 기도든 뭐든 좋다. 고요하고 조용한 시간에 나와 대면해 보자. 나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외부의 시끄러운 볼륨을 줄이고 내면에 귀를 갖다 대면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이고 사람들의 소리와 마음속 두려움과 불안이 그리 큰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실수하는 인간이다. 시행착오는 늘 옵션으로 따라온다. 그렇지만 나는 주눅 들거나 겁먹지 않고 미지의 세계로 한발 내딛는 그냥 나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