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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끼 Mar 16. 2022

취해있지 마라

'취하다'라는 말은 들으면 먼저 보들레르의  "취하라"  떠오른다. " 취해있어야 한다~" 시작하는  시는 취하는 것을 긍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른 감상은 디오니소스이다. 술의 신이기도 하거니와 팽팽한 아폴론적인 것과 대비하여 늘어지는 것으로 생각나기 때문에 디오니소스가 취하는 것과 연결된다. 사람끼리 친해지려면 술이 필요하다고 같이 취해봐야 한다고들 말한다. 취하는 것의 이로움  하나라고 생각한다. 겉치레를 벗어버리고 약간은 나사가 빠진 상태로 같이 있다 보면 한껏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는  취하여 여러 실수를  경험들은 다들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음하여 다음 날의 숙취로 고생할 때는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지 하고 다짐을 한다.



술 취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나겠으나 나는 다른 것에 취해 사는 것을 말해보고자 한다. 삶에 취해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삶에 요소들 예를 들어 돈, 명예, 사랑, 일, 권력 등 몇 가지에 취해 사는 사람들이 주위에 한두 명 즘은 있다. 속칭 성공한 사람들에게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유형이다. 취해서 사는 것은 몹시 효율적이다. 고민할 필요, 쓸데없는 걱정거리, 잡생각들이 사라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몇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지루하지도 않다. 취하는 쪽으로 방향성이 정해지면 인생이 왜 그리 빠른지 할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가 깨어나면 어떻게 될까



취해서 살다 보면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 쓸데없는 것이라고 여겨진 모든 것들이 삶에 구성요소이다. 그걸 다 놓치고 돈에만, 권력에만, 일에만 취해 살면 당장은 마음이 편하고 인생이 술술 잘 풀리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걸 경계해야 한다. 인생은 마음이 편하고 술술 잘 풀리면 안 되는 것이다. 삶을 깨우자, 삶을 깨워서 나의 불편함을 직시하고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걷어내자, 그냥 못 본 척, 없는 셈 치고 사는 것은 자기 기만이고 삶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삶의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지 말자



어린 시절, 술을 의인화한 고전소설을 읽은 기억이 난다. 역사적으로 술이 얼마나 해악을 끼쳤는지를 서술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취함의 미덕, 디오니소스적인 미덕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삶에도 이완이 필요하다. 계속 깨어만 있으면 이완이 없어질까 봐 걱정하지는 마라,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완을 필요로 한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처했거나 삶에 이완이 필요할 때면 뇌에서는 감정이라는 신호를 줘서 우리가 이완되게 만들어준다. 약간은 비약일 수 있겠으나 뇌가 우리의 취함을 깨워주거나 정신을 깨어있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깨어있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기에 취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니 권할 것이 못되고 취해있지 않는 것은 의식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니 권할 만한 것이 되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보들레르의 시는 취하는 것을 찬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간에 이런 대목도 나온다. "그대가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파도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울부짖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우리도 취하고 싶을 때, 물어보자 지나가는 모든 것과 울부짖는 모든 것과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그 모든 것들이 취하라고 말하였을 때 그때야 우리가 취할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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