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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끼 Mar 30. 2022

우리 거짓말쟁이들은 말입니다.

생애 최초의 거짓말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느냐는 질문에 쉬이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거짓말은 선천적이라고 할 만큼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해왔던 것이고 하루에 수없이 하는 말이다.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난다. 첫 번째는 면피용이다. 살다 보면 핑계를 댈 일이 참 많은데 그 핑계라는 것이 아주 솔직했다가는 봉변을 보기 십상이다. 아마 당장의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거짓말이 큰 축을 담당하고 있을 거 같다. 이런 종류의 거짓말은 스스로를 방어하는 용도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자기 방어형 거짓말쟁이라고 명명해 보고 싶다. 두 번째는 배려하는 거짓말이다. 팩트 폭력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진실이 폭력이 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거짓말로 남을 다치지 않게 해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타인 방어형 거짓말쟁이라고 명명해 보자

마지막으로 그냥 남을 속이는 것이 재밌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 이득이 없지만 그냥 속아 넘어가는 거 보는 것이 재밌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런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쾌락형 거짓말쟁이가 아닐까 싶다.

이런 상상을 한 번 해보자, 세상 모든 사람이 진실만을 말하는 세상 말이다. 그런 영화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에서는 그렇게 나쁜 세상으로는 묘사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 세상이 지옥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가 솔직하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모두가 조금의 의심 없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솔직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옳다는 신념이 뒷받침되어야 거침없이 솔직해질 수 있는 것이다. 내 안의 조금의 의심과 망설임이 있는 사람은 결국 거짓말을 하게 된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주인공 라스코니프는 자기 확신에 차 있는 사람이다. 안위를 돌보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유형지에서 꾼 꿈이 바로 모두가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세상, 즉 모든 사람이 라스코니프 같은 사람이 된 세상을 꿈에서 꾸게 된다. 그 세상에서 모두는 스스로 옳다고, 솔직하게 ,자기 말만 주장하여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지옥이 된다.

세상 사람들이 한없이 솔직한 것이 소름 끼치게 싫다고 말했지만 거짓을 숭배하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을 할지라도 진심을 다할 수 있다. 오히려 거짓말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사회를 이루게 하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거짓과 거짓말은 다르다. 우리가 하는 거짓말은 서두에서 언급했듯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람은 숨기고 싶은 것이 있는 법이다. 내 내면의 것을 드러내어서 타인을 다치게 할까 봐 일부로 나를 거짓말로 숨길 수도 있다. 솔직한 말로 거짓을 이룰 수도 있고 거짓말로 진심을 다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무척 잘 우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친구가 울 때면 별의별 거짓말로 그 친구의 울음을 그치게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진실한 말이 필요할 때가 있고, 팩트가 중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 마주하는 인간관계에서 진실한 말이, 팩트가 그렇게 중요하던가? 거짓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윤활제가 되어 주기도 하며 상대방을 사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배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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