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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니 Oct 26. 2023

오늘부로 나는 낸시랭의 팬이 됐다


인생의 모든 기회와 위기는
이미 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있다.



요즘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모 펜싱 선수의 재혼과 관련한 기사를 보다가 잊혀진 이름 '낸시 랭'이 생각났다. 사기 결혼으로 인해 세간의 중심이 됐던 낸시 랭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유튜브에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 보게 되고 근황을 찾아볼 수 있었다.



어머니의 암 투병과 사망 이후 외로움에 눈이 멀었던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했고 그 대가는 참담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아왔으나 작정하고 다가온 사기꾼에게 속아 모든 재산을 잃고 10억 원대의 빚더미에 앉았다.



처음에는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 컵라면으로 연명하면서도 계속해서 예술 활동을 고집하는 그녀가 어리 석어 보였다. 방송 초반에는 망한 연예인의 흔한 말로 정도로 치부했던 것이다. 그런데 계속 보면 볼수록 이 사람 뭔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그녀를 다르게 만드는 것, 그게 뭘까 곱씹어보니 바로 '순수함'이었다.



방송에 비춰지던 특이한 그녀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녀의 말과 행동 그리고 작품을 보면서 정말 자신의 꿈을 향해 굳은 마음을 품고 달려온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한참 유명세를 타던 때조차도 17년간 어머니의 암투병을 지원하며 가장으로 살았던 시기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녀는 이미 오랜 시간 고난과 시련 속에서 단련되어 온 사람이었던 거다.






이혼 절차가 완료되고 법적으로도 낸시 랭이 완전히 사기 피해자임이 입증된 상황. 그런데, 그녀는 파산 신청이라는 쉬운 방법 대신 자신의 힘으로 모든 빚을 갚는다는 선택을 한다. 그 방식은 오로지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이라는 꿈을 좇는 방식으로.



사실, 자신의 꿈 '예술로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주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말을 할 때의 표정을 보면 과연 이 사람이 빚더미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맞나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만큼 순수함으로 반짝이고, 확신에 차 있고,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사람을 근래에 본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그녀의 마음에 나까지 공명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심의 상태로 하루하루 일에
전심전력을 기울이면 마음이 정화된다.
마음이 맑아진 상태에서 사람은
'우주의 진리'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의 본질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 그녀 주변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갈 곳이 없었을 때 그녀를 두 달 넘게 받아준 지인. 딱한 사정을 알고 공과금 정도만 내며 살 수 있게 집을 내어주는 후원자. 시그니처인 수제 고양이 인형이 다 닳은걸 보고 일본에서 수소문해 새 인형을 사다 준 친구 사유리.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 게스트로 불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준 홍석천까지...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며 사는 사람의 곁에는 언제나 도와주려는 사람이 함께하는 듯했다. 신이 손이 늘 함께하는 듯... 나 역시 오늘부로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녀는 지난 일을 통해 여성으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겪어본 것 같다고 말한다. 리벤지 포르노로 협박까지 받았던 순간은 수치심과 배신감으로 삶을 그만두고 싶다는 어려움까지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끝끝내 버텨냈고 의미를 찾았다. 사회의 낙인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공감하며 그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말라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품고 한결같이 일에 매진한다면 어떤 일이든 이룰 것이다. 항상 마음을 갈고닦아 운이 모이는 길목에 그물을 쳐두면 아무리 큰 역경에 부딪히더라도 신은 내게 다정한 미소로 화답해 줄 것이다!




그녀의 그 순수함이 머리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이 맞다면 그녀는 반드시 모든 빚을 갚고 꿈을 이루게 될 거다. 일면식도 없는 그에 대해 내가 왜 이렇게 확신을 가질까 생각해 보면 바로 그거다. 순수함. 그 흔들림 없이 깊은 내면에 뿌리 박힌 어떤 신념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다.



너는 어떤 순수함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니?

모든 사람이 믿어주지 않는대도 나만큼은

끝까지 믿어주고픈 굳은 마음이 있니?



나에게 묻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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