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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y 19. 2024

'사랑하거나 떠나거나'


소령은 유통기한이 지난 사탕들을 모아 싸게 팔려 한다. 사이공의 암시장을 활성화해 빨갱이 정권 경제를 불안정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미국으로 건너온 베트남의 비밀경찰들. 북베트남에 의해 사이공이 함락당하자 그들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도망 온다. 사탕, 그리고 초콜릿. 난 초콜릿을 무척 좋아하는데 625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런 것을 맛볼 수 없었을 것이다. 맛보았더라도 더 늦은 나이에 그랬을 것이다. 우린 베트남보다 먼저 미국 군대의 힘을 빌린 나라였다.

오늘 하루 내가 먹는 음식의 중요성. 나는 사실 대충 먹을 수 있지만 대충 먹어지지 않는 삶을 산다. 유난히도 중국 음식을 좋아한 건 중국이라는 국가를 이해하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또 십여 년 전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그러니 그날로부터 몇 년 전 나는 초콜릿 만드는 것을 배우기 위해 그 나라로 떠날 정도였으니. 처음에는 영국으로 가려 했다. 그런데 본머스에 위치한 그 학교의 인터넷 사이트가 갑자기 사라져 방향을 틀어야 했던 것이다. 프랑스는 오랜 기간 베트남을 지배한 국가이기도 했다. 때문에 파리에는 많은 쌀국수 집들이 있는데 쌀국수에 소고기가 들어간 것 역시 프랑스의 영향이었다. 나는 초콜릿 만드는 걸 배우지 않았다. 진짜 맛있는 초콜릿 한 통을 맛본 적이 있을 뿐 그곳에서 또 한 번 방향을 튼다. 누군가를 따돌리려 한 적 없었음에도 나는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나를 추적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식으로 난 노란 머리 인간들을 뒤쫓았음을. 오늘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김치찌개다. 또는 흰쌀밥에 불고기, 배추김치를. 힘이 들땐 초콜릿을 먹고 싶다. 파리에 가면 파트릭 호제의 초콜릿을 꼭 먹어보라 권하고 싶다. 

음식이 주는 위로는 한 시간을 버티게 하고 두 시간을 버티게 한다. 때로 온종일일 때도 있고 말이다. 미군이 던져준 사탕 초콜릿에 우린 몇 년 동안 위로를 얻는 걸까. 위로의 유통기한은 과연 몇 년이나 되는 걸까. 보존제를 사용하면 더 길어짐을.

미국 드라마 '동조자'에서 베트남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베트남인인지 베트남계 미국인인지는 몰라도. 확실한 건 주인공은 베트남계 오스트레일리아인이라는 것이다. 평소 시끄럽게만 들렸던 베트남 사람들의 억양 말소리조차 매력적으로 여겨진 것이다. 

한국인 영화감독이 1, 2, 3화를 연출한 이 드라마는 큰 틀에서 보면 하나의 창작품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젠 아예 명대사 제조기가 되겠다 다짐한 것 같네 읊조리다 말이다. 나는 지금 마산에 와 있다. 무작정 어디로 가보자 해 터미널로 갔다 대구행 막차가 끊긴 것을 알고 마산을 택한 것이다. 지금 나는 마치 나를 쫓는 듯한 기분임을. 합성동의 밤거리에서 몇몇의 외국인 노동자들, 또 베트남인들을 마주친다. 

온종일 먼지 뒤집어썼을 오뎅은, 그 오뎅 국물에는 게 몇 마리가 있고 콩나물, 파 등이 들었다. 동조자 3화 '사랑하거나 떠나거나'는 1, 2화의 아쉬움을 덮는 감동과 서스펜스로 가득 찼다. 쿠팡플레이에 가면 박찬욱 연출의 동조자 1, 2, 3화를 보기를 추천한다. 


How Robert Downey Jr. Pulled Off Playing Four Characters in HBO's 'The Sympathizer' - LAm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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