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자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비즈니스 제안을 많이 받았다. 좋은 기회도 많았지만, 지금이라면 당장 거절할 제안을 알아보지 못해 시간과 돈을 낭비한 적도 있다.
‘아 그때 이걸 알았어야 하는데!’라며 후회했지만 무를 수도 없었다. 이 글을 통해 과거의 내가 알았다면 좋았을 부분을 정리해보려 한다.
우선 같이 비즈니스를 하는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그러나 신뢰는 말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계약 전에는 대부분 빠르고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되며, 이력과 기업 정보까지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전달받는다.
중요한 것은 계약 후에도 그러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을지이다. 따라서 협업 관련 제의를 받았거나,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반드시 이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면, 정보가 더 적은 쪽은 을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과 일을 할 경우, 매출 내역이나 구체적인 수익에 대한 부분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도 알 방법이 없다. 이미 일을 같이 하고 있거나, 저작권을 넘긴 상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내 몫이 된다.
이러한 부분을 이유로 콘텐츠를 특정 플랫폼에 유통해 달라는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다. 매출 내역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고, 원본 파일을 해당 플랫폼에 맡겨야 했기 때문이다. 몇 차례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악의 상황이 떠올랐다.
‘만약 계약 이후 내 콘텐츠를 마음대로 판매하면서 수익을 알려주지 않거나, 원본 파일을 가지고 추가 이익을 창출하더라도 내가 보호받을 수 있을까?
답은 명확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업계에서 3위 안에 드는 회사인데, 내가 너무 깐깐하게 굴었나?’하는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후 연락온 한 회사의 계약 조건을 보고, 그 마음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해당 기업은 실시간으로 매출 내역을 알 수 있으며, 매달 자동으로 정산서를 발송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콘텐츠 역시 작가가 직접 권한을 갖고 올리는 방식에, 판매 페이지의 수정 권한이 모두 작가에게 있었다. 말뿐인 신뢰가 아닌, 투명한 시스템에 의해 생기는 신뢰가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처럼 협업을 할 때는 계약 전의 태도나 말보다 정말 그러한 말을 뒷받침해 줄 시스템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시스템이 없다면 계약서를 쓰기 전, 반드시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당장의 기회를 놓칠까 봐 어영부영 계약을 하고 나면 그 뒤에 막심한 손해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말을 바꾸거나 부당한 착취를 당하며 소송까지 걸리는 경우를 직접 목격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면으로 해당 사항에 대한 자료를 남겨놓거나, 계약서에 추가 조항을 넣는 것을 요청하자. ‘내가 이런 걸 요청해서 계약을 못하면 어떡하지?’ 라거나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신뢰할 수 있는 회사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부분을 질문하면 적극적으로 답변해 주고, 의사를 반영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며, 명확하게 하는 것이 상대 입장에서도 깔끔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일로 계약이 어그러졌다면 그 일은 진행되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그 외에도 신원이 불분명하거나, 담당자가 연락이 잘 되지 않거나, 계약서 작성을 미루거나, 수익 셰어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협업을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알아서 말해주겠지’하는 마음보다는 먼저 질문하는 것이 좋다. 기업과 일을 한다면, 담당자는 나 말고도 관리해야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나를 보호해야 하거나, 내 이익과 관련된 부분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작가, 크리에이터, 1인 기업가 등 혼자 일을 하고 있다면 더더욱 협업 제안을 승낙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다. 경험으로 배운다지만, 금전적 피해가 클 경우 몸과 마음이 고생한다.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을 미리 세워놓는다면 큰 피해도 막을 수 있고, 고민하는 시간도 줄어든다. 좋은 기회와 그렇지 않은 것을 걸러내는 안목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