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제 경험을 말하자면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행복해?’
내 일을 혼자 꾸려나가면서부터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가까운 친구들부터 잠깐 보는 지인까지, 눈을 반짝이며 일하는 모습이 그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나 보다.
사실 전반적으로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다. 어쩌면 억지로 일을 하던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의미 있게 생각하고, 즐거워하는 일이 생계 수단이 되면 삶이 상당히 재밌어진다. 두근거리는 일이 많고, 또 어떤 일을 벌여볼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단점을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사실 환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걸 삶 깊숙이 가져온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나는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부터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시간이 많아졌다. 회사에 다녔을 때는 퇴근만 하면 일이 끝났지만, 지금은.. 출근이 없는 만큼 퇴근도 없어졌다!
내 일이자 내 회사가 되니 어디를 가든, 뭘 먹든 일에 대한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유튜브를 보다가도 조금만 관련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장을 켜고 적는 게 일상이다. 자기 전에도 자꾸 뭔가가 떠올라서 침대에는 불을 끈 상태로 휘갈겨 쓴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러다 보니 뭘 하다가도 딴 길로 새서 갑자기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일을 좋아한다고 해서 늘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기에 더 힘든 것들이 있다. 마음이 있으면, 그만큼 잘하고 싶어 진다. 자꾸 완벽주의가 도지고, 사소한 포인트를 넘어가지 못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안 하면 되잖아’라고 외치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어떤 날은 발송을 하루 앞두고 전자책 내지 디자인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240페이지를 다시 디자인한 적이 있다. 아무도 모를 원고 수정 작업을 5번이나 거치면서도 내가 대체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애정을 시험하는 일은 매 순간 일어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빈 화면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고객이 컴플레인을 걸 때, 기대했던 계약이 어그러질 때, 머릿속에 있는 디자인이 도저히 구현되지 않을 때!
그리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질 때.
하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너무나도 크다.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기획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시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쓴 노하우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행복함을 느낀다는 독자들의 메시지를 보면 날아갈 것 같이 기쁘다. 사랑을 하면 그로 인해 슬퍼질 일이 많아진다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그걸 즐기는 것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애정이 언제까지일지, 그리고 이 일을 할 기회가 언제까지 주어질지 알 수 없기에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