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cky shutter
몇 해 전, LA로 출장가면서 필름 카메라와 필름을 잔뜩 챙겨갔다. 촬영할 때부터 셔터막의 반응이 느리게 느껴지긴 했지만, 몇 해 동안 한 번도 말썽 부린적 없던 카메라였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 그런데 필름을 스캔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사진들은 하얗게 날아가거나 반쯤 까맣게 나와 있었다. 그 순간, 그 때의 기분이란. 날씨요정 답게 날씨도, 풍경도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완성된 사진들 중 일부는 어딘가 더 특별하고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보고 아쉬움을 곱씹으면서 오히려 내 기억속에선 조금 더 오래, 진하게 남는 부분도 있고.
비록 완벽한 기록은 아닐지라도 마음에 남는 몇몇 순간들.
결국, 사진은 단지 기록 그 이상의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연과 불완전함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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