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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 Dec 03. 2024

베트남 여행, 황제놀이하는 사람들

베트남 여행에서 배운 것

*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가 다룰 주제는 특정 국가나 집단을 비난하거나 매도하려는 목적이 전혀 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 생각을 공유하는 내용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으며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제 의도는 좀 더 따뜻하고 배려심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아래의 글은 내가 베트남 여행 중 겪었던 일들을 기록한 것으로,

당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던 글이다.


(개인적인 종교 이야기가 있습니다)

"베트남 여행을 떠났을 때 현지인분들을 하대하고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다. 내가 더 분노해 죄송한 마음에 대신 사과를 했었고, 인간 본성에 대해 고뇌하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때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에 대한 회의감이 많았다.


자신보다 권력이 없다고 생각하여 막대하는 건 스스로 우월감을 확인하려는 행동이었을까 아님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조건에 대한 집착 혹은 타인을 낮춰서 자신을 높이려는 왜곡된 자존감 때문일까 아 그래서인지 베트남 여행 사진을 보면 아직도 마음이 쪼금 저릿하다 엄마한테 물었다 왜 사회적 위치가 신분이 되는 거냐며,


근데 엄마가 하대 받은 분들은 나처럼 깊이 생각 안 하고 훌훌 흘러보낼 거라며 대신 사과를 내어준 행동으로 이 생각은 끝을 내라며 오지랖부리지 말라고 하셨다. 아하..


이제 슬슬 추워지니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었음 좋겠는 나의 욕심이. 타인을 위하는 일에 능수능란한 거짓말쟁이가 되는 내가 가장 지키고픈 가치는 친절인 것 같다. "





여행 중 마주한 비매너 사람들


이 글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했더니, 몇몇 지인들이 공감하며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 친구는 세부에서, 또 다른 친구는 베트남에서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해외여행 중 비매너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했지만, 동남아에서의 비매너는 차원이 달랐다. 내 또래나 더 어린 한국인들이 현지인들에게 반말로 명령하듯 삿대질하거나, 또 마사지사에게 아프다고 똑바로 하라며 소리치고, 고작 만 원대의 서비스에 클레임을 걸며 ‘황제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아주 소수이다.) 상대는 한국말을 몰라도 뉘앙스로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저렴한 물가와 언어의 차이가 인간의 품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그들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경제적 위치가 조금 낮아 보인다는 이유로 모욕과 무시, 하대를 일삼는 모습이 왜 당연시되는 걸까? 그런 모습들은 도덕 교육의 부재일까.


특히 “왜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나라 말을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과, "저 무례한 사람들이 과연 유럽 여행에 가서도 저렇게 행동할까?" 라는 질문이 여행을 끝마치고도 오래간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베트남을 방문한 건 우리다. 아주 기본적인 베트남어를 공부해야 하는 책임은 여행자에게 있다.




문화적, 사회적 성찰을 남긴 여행


패키지 여행이었던 당시, 우리 가이드님은 10년 이상 베트남에서 거주하신 분이었다. 나는 속상한 마음에 “사람들이 이렇게 현지 근로자분들을 하대하는 경우가 흔한가요?“라고 여쭈었는데 놀랍게도 가이드님께선 “그냥 일상입니다. 저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라고 답하셨다.


또 베트남 사람들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공개적인 망신을 싫어한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직업이기에 감정을 억누르고 상대하는 모습을 보며 존경심이 들기도 했다. 나는 스물 네 살이다. 마냥 어리기만 한 나이는 아니며 부족한 점도 넘치고 배워야 할 것도 많지만..(나부터 잘 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런 비매너 행동이 국제망신이며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는 건 안다.




베트남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여행에서 끝나지 않았다.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우리의 인격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배운 순간, 단순한 유희가 아닌 배움의 장임을 깨달은 것 같다. 여행은 내게 늘 이렇게 문화적, 사회적인 부분에서 심오한 질문을 남긴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여행을 하면 스스로를 알아갈 수 있다’라는 말에 그리 동의하지 않았던 나인데, 무슨 말인지 30%는 이해할 것 같은.


(사진 속 글은.. 무시 부탁드립니다.. 24년 1월 1일에 올렸던 사진!)


내가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이다.

모든 사람들은 소중하고 평등하며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여행은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 그치만 여행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또 삶을 대하는 태도를 성찰하게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조금 더 명확하게 알게 된 것 같다.

 

여러분은 어떤 여행을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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