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난 한 달
지난 한 달은 꽤나 정신없이 지나갔다. 16년 다닌 회사에 퇴직을 신청했고, 2주 정도 정리 기간을 가졌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휴식 기간을 갖으며 아내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직장에 입사를 했다. 새로운 직장과 집과의 거리가 상당하여, 출퇴근이 어려워서 사내 기숙사에 입주를 했고, 약 2주 정도 적응기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주 추석연휴를 맞이해 6일 동안 꿈같은 휴식시간을 또 한 번 가졌다.
약 한 달 동안의 경험을 나열하듯 적어보는데, 한 문장 한 문장 마칠 때마다 연결되는 다른 이야기가 자꾸 끼어들어 썼다 지우길 여러번 했다. 2주 동안의 정리 기간 하루도 쉼 없이 이어졌던 송별회에서의 이야기들, 신혼여행 이후 일주일 동안 24시간 아내와 붙어지내며 즐거움과 불편함이 공존했던 시간들, 새로운 직장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채 맴돌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와 순간들이 그저 추억으로 뭉쳐 저 잊혀버릴 것 같아서, 하나하나 정리해서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도록 글로 남겨두고 싶은데, 한동안 글이 써지질 않아서 서 마음이 조급했다.
16년 전 20대의 나는 완벽한 ENFJ였다. 모든 항목이 80%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하지만, 16년의 회사생활, 13년의 결혼생활, 그리고 11년의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살면서, 내 MBTI는 ISTP로 바뀌었다. 어쩌면 그냥 나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는 ISTP인 나에게 최근 한 달간 벌어진 크고 작은 일들은 꽤 버거운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직 후 가족이 함께 걸어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수정해야했고, 기업의 문화 차이는 상당했으며, 업무 특성도 생각이상으로 큰 변화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야 했고, 다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야 했다. 또 새로움에 적응하기 위해서, 순간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잦았고, 새로운 루틴을 만들기 위해 철저한 계획과 실행력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ENFJ의 특징이 좀 더 필요한 시기였다. 다행히 순수 ISTP가 아닌 나에겐 잠재워진 본능처럼 ENFJ의 성향이 남아있었는지, 그럭저럭 잘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위태롭다.
이런 상황을 잘 버텨내보고 싶어서, 글을 계속 써보고 싶다. 아마도 브런치에 글을 남길 때 마다 항상 적고 있는 문장인듯 하다.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적어보라 하는데, 너무 신변잡기적인 이야기일 듯해서, 누가 읽어주기나 할까 하는 걱정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도통 떠오르지 않아서, 오늘은 무작정 글을 적었다. 이 글을 읽은 분들에겐 혼란 그 자체였겠지만,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지만, 다행히도, 글을 쓰면서 남기고 싶은 몇 가지 떠올랐다. 언제 쓸지 모르겠지만, 우선 오늘 짧은 글은 여기서 끝이다. 갑자기?
1. 내가 ENFJ에서 ISTP로 변한 이유
2. 이전 직장과 현 직장의 기업 문화의 차이
3. 16년 직장생활을 마감하며 나눈 이야기
4. 40대 경력입사자를 바라보는 조직과 사람
5. 주말부부의 삶과 나의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