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녀소송 제기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에서는 형법상 규정되어 있던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었지만, 실상 법학계에서는 오랜 기간 논쟁의 대상이 되던 규정이었기에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폐지가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배우자의 외도와 상간자의 뻔뻔한 태도로 인해 고통을 받고 계신 분들의 입장에서는 당시 헌법재판관들이 원망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실제로 위헌 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에도 간통죄가 유의미한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상 사문화(死文化)되어가고 있었다는 사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세간에는 간통죄의 폐지가 곧 배우자 있는 자와의 자유로운 부정행위가 최소한 법적으로는 허용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형사처벌조항의 폐지가 곧 법적인 허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2024년 현 시점에서도 배우자 있는 자와의 부정행위는 단순히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임을 넘어서 엄연히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었을 때 법적으로는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혼소송과 상간녀위자료청구소송입니다. 당장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조치를 망설이시거나 어렵게 여기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이 두 가지는 간통죄 고소보다는 쉽게 결단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혼은 비교적 어렵게 결단해야 하지만 과거 간통죄 고소의 전제 역시도 이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혼의 경우 법률적 대응이기는 하나 자신의 삶에 관한 결단이 필요하기에 결단이 쉽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에 상간녀위자료청구소송은 따지고 보면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소송입니다.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신 의뢰인분들께서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는데 꼭 이혼을 해야 할까요?" 그 어떤 이혼전문변호사라 하더라도 이 질문에 대해 확신에 찬 대답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철두철미하게 법적 대응을 도와드릴 수는 있지만, 정말 이혼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햐는지는 그 혼인관계의 당사자가 결단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일 "상간녀위자료청구소송을 꼭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으로 바꾸어 본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씀 드립니다.
간혹 변호사니까 무조건 소송을 권유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소송의사 자체를 본인이 결정해야만 하는 사안이 아니라 해도, 소송의 실익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권유드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간녀위자료청구소송의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기만 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다시 말하자면 그 실익이 확실한 소송입니다.
그렇다면 상간녀위자료청구소송의 실익이란 무엇일까요? 본 소송은 분류상 가사소송이 아니라 일반 민사소송에 해당합니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피해자'가 그로 인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번호도 '드단' 혹은 '드합'이 아니라 '가단' 또는 '가합' 따위의 민사소송 분류에 따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기본적 목적은 손해의 전보에 있습니다. 받은 피해를 금전으로 보상받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간녀위자료청구소송을 반드시 이러한 금전배상의 목적에서만 접근하게 되면 그 진정한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표면적인 1차적 목적은 상간녀에게 손해배상금을 받기 위한 것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의미들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첫째, 합법적인 복수의 목적입니다. 간통죄가 폐지된 현 시점에서, 상간자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법률이 허용하고 있는 유일한 응보 수단입니다. 이외에 직접 찾아가서 협박하거나 폭행하는 것은 물론, 불륜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등의 행위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형사고소를 할 수도 없으므로 상간녀위자료청구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배우자와 외도를 저지른 상간자에게 그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불륜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본 소송의 제기는 필수적인 것입니다.
둘째, 배우자의 태도를 명확히 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이는 일단 배우자의 외도에 관하여 이혼을 하지 않고 넘어가겠다는 결단을 내린 경우에 의미가 있습니다. 간혹 스스로의 불륜관계를 배우자에게 들킨 이후에도, 배우자가 상간녀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하자 극구 만류하며 조용하게 넘어가자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소송 제기를 위한 채증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륜행각이 드러난 이후에도 끝까지 상간녀만을 감싸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이혼을 고려하실 필요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지금이라도 상간녀보다 배우자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셋째,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이러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그 위자료가 개별적인 만남 하나하나마다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부정행위를 알고 난 뒤에도 그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냥 넘어간다면, 앞에서는 더 이상 만남을 안 갖는 것처럼 하고도 뒤에서는 계속 만남을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행동하고 난 뒤에 다시 적발되더라도 법적으로는 불이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단 소송 후 판결이 내려진 다음에 다시 이런 상황이 재발한다면, 다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상황 속에서도 불륜 당사자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상간녀위자료청구소송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제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소송입니다. 그러나 소송을 결단하셨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진행을 위해서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대한도의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움직임 외에도 전반적인 소송기간 동안 피고 측을 상대해야 하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본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 요건은 증거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증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소를 제기하면 패소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무리한 채증을 하다가는 채증과정 자체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미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계시거나 쉽게 채증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채증을 하시다가 오히려 문제를 겪는 분들도 계십니다. 역시 이런 상황이라면, 전문가를 통해서 현 시점 소송 개시가 가능한지, 불가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채증하면 될지 조언을 구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혼전문변호사 이 성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