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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숙이 Nov 16. 2024

호미다점虎眉茶店

소설- 가문의 비밀 4



“아빠, 나 다시 왔어.”


참이의 목소리에 놀란 정일이 뛰어나왔다. 역시나 나간 지 30분도 안되어 돌아왔을 때는 보통 일은 아니었다. 참이는 오늘도 흙투성이.

 백범은 나갈 때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빠, 나랑 이야기 좀 해.”


숨도 돌릴 새 없이 참이가 정일의 손을 잡고 주방으로 향했다.


“왜? 너 다친 데는 없어?”


끌려가면서도 백범에게 목례하고 참이를 살펴보고 정일은 아주 바빴다. 참이가 쌓여있는 질문들을 한 번에 쏟아냈다.


“아빠, 괴물 지렁이가 나를 먹으려고 했어. 왜 그러는 거야? 그리고 저 삼촌 진짜 인간이 아니야? 그런 괴물들이 많아? 아빠도 그런 것들이랑 싸웠어? 그런데 나는 왜 칼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헉헉!”


숨이 넘어갈 정도로 물어보는 참이에게 정일이 미지근한 엽차 한 잔을 따라주고는 홀로 나갔다. 자신의 물음에 답 하나 없는 아빠 때문에 애가 탄 참이가 그 뒤를 졸랑졸랑 따라가며 불렀다.


“아빠, 어디가? 대답 좀 해 봐, 응?”


정일은 자리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백범에게 공손히 물었다.


“백범님, 기가 많이 소모되셔서 피곤하실 텐데 올라가 쉬시지요.”


눈도 뜨지 않은 채로 백범이 정일에게 일렀다.


“차나 한 잔 가져오지.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비하려면 저 강아지도 뭣 좀 알고 있어야 할 듯하니 같이 이야기 좀 하지.”


정일이 차를 우리러 가면서 바로 뒤에 입을 한 발은 내밀고 서 있던 참이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일렀다.


“네,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참이 너는 여기 앉아서 얌전히 기다려.”


아빠의 강력한 경고를 읽은 참이가 암말도 못하고 의자에 앉았다. 그러다 답답해지자 참이는 백범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긴 머리 남자는 별로였는데 얼굴이 잘 생기면 괜찮네. 피부도 하얗고 어찌 보면 곱상해 보일 수도 있는 형인데 그런 느낌은 없고. 그런데 저런 흰 눈썹은 처음 보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바라보는데 갑자기 백범이 눈을 뜨고 참이를 바라봤다. 제 발이 저린 참이가 물었다.


“왜요? 뭐요?”


백범이 차를 가지고 온 정일 보고 손짓으로 앉으라고 했다. 정일이 앉으면서 참이를 쫙 째려보았다. 참이가 백범에게 쓰는 말투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참이는 얼른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백범이 마침 입을 열었다.


“자네 딸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것 같던데. 수련도 안 받았나?”


정일이 대답했다.


“송구합니다. 가주의 자리를 넘길 때가 멀었다고 생각하여 간단한 호신술 정도만 가르치고 검술 등은 익히지 못하였습니다.”


“다람쥐 뺨치게 빠르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공격 기술은 없는 것 같더니, 역시 그렇군.”


아까의 상황에서 백범이 본 그대로였다. 정일이 마저 답을 올렸다.


“엄마 없이 기르느라 버릇이 없습니다. 그리고 백범님이 이번에 깨어나셔도 제가 모시고 다닐 거라고 생각해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백범님과 짐승들을 쫓을 때 보여주면 훨씬 빨리 믿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참이의 표정은 점점 굳어 갔다.


‘뭐? 하룻강아지도 모자라 이제는 다람쥐냐?’


뚱한 표정의 참이와 정일을 향해 속을 알 수 없이 가라앉은 눈빛으로 백범이 닥친 상황을 간단하면서도 알기 쉽게 정리해 주었다.


“하룻강아지 잘 들어라. 나는 환웅의 명으로 인간의 탈을 쓰고 악행을 일삼는 짐승들을 오래전부터 처단해 왔다. 너희 집안은 그런 나를 돕는 임무를 해왔고. 하지만 이번에 네가 겪고 있는 상황은 이전의 상황과 다르다. 이전에는 나와 조력자들이 짐승을 사냥하는 식이었다면 이번엔 그 짐승들이 너를 사냥하러 몰려들고 있다.”


그 말을 들은 정일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고, 참이는 납득이 안 되어 다시 물었다.


“그니까 그 짐승들이 왜 나를 먹으려고 하는 건데요?”


“네게서 최상의 향기가 나니까. 꿀 냄새를 맡고 벌레들이 꼬이는 것이다.”


백범의 답에 정일도 질문을 했다.


“이화의 힘이 남아서 그런 겁니까? 지울 수는 없나요?”


백범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단순하지 않아. 정 씨 집안의 가주가 지니는 인간 중 최상의 인간이라는 표식인 인간의 향기와 가장 정순한 기라고 할 수 있는 선녀의 향기가 섞여서 그런 거라 없앨 수 없을 것이야.”


다시 참이가 톡 끼어들어 물었다.


“나를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까요?”


백범과 정일이 동시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참이를 봤다. 머쓱해진 참이가 궁시렁댔다.


“아니 저한테서 맛있는 향기가 난다니까 그런 거죠. 먹으면 뭐가 있으니까 그리 죽기 살기로 달려들 거 아니에요.”


백범이 답해주었다.

“맞다. 안 먹어 봐서 맛은 모르겠지만 너를 잡아먹으면 그들은 최강의 힘을 가지게 될 거다. 어쩌면 진짜 인간이 될지도.”


정일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답을 하는 백범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나타나는 데로 처치하는 수밖에 없겠지, 지금은. 문제는 왜 정 씨 가문의 가주가 정참이고 왜 그때가 지금인가 말이지. 대대로 외아들로 이어진 정 씨 집안에 딸이, 그것도 가주로 태어나고 내가 깨어나는 시기도 아닌 지금 힘을 발현하기 시작했는지를 알아야 하네.”


수긍이 간 정일이 의문을 보태었다.


“그러게요. 하나도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는 지금이네요. 때가 이르니 다른 신수의 후계자들도 제대로 이어졌는지도 알 수 없네요. 그 문제도 얼른 알아보겠습니다.”


깜짝 놀란 참이가 물었다.


“어, 이런 신기한 힘을 가진 이들이 또 있어, 아빠? 신수의 후예?”


정일이 하나하나 손꼽으며 신수의 후예들을 알려주었다.


“그래. 삼족오, 삼족구, 삼족섬의 후예들이 있어. 꼭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들도 백범님을 도와 짐승들을 처단하고는 한단다.”


백범이 정일과 참이에게 더 급한 일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가장 급한 일은 여기 하룻강아지가 적어도 적을 물어뜯을 수 있는 개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야.”


불만으로 참이의 입이 또 한 발은 튀어나왔다.


‘으이그 저 삼촌 눈에는 내가 아주 동물이구만, 이젠 개가 되라고!’


백범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내가 지켜주지만 혹여나 어떤 상황이 닥쳐 나와 떨어지거나 너무 많은 수가 덤빌 땐 자신의 몸을 어느 정도는 지킬 수 있어야 해.”


정일이 난감해하며 다시 물었다.

“검술을 익히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요? 기본도 없는데. 그리고 마땅한 신검도 없습니다. 삼족섬 집안을 찾아야 전투에 쓸 무구를 구할 수 있을 텐데요.”


알아듣지 못할 말들에 참이는 입을 닫았고, 백범이 방도를 일러주었다.


“자네 때랑은 상황이 달라. 이미 정 씨 집안의 힘을 얻은 상태이니 얼마간 연습하면 성취 속도가 비교가 안 될 걸세. 무구는 우선 내가 임시로 쓸 수 있는 걸 만들어 보지.”


그 일들이 얼마나 기를 소모하는 일인지 아는 터라 정일은 백범에게 너무 미안했다.

“백범 님, 정말 송구합니다. 백범 님을 돕고 보조하는 것이 저희 집안의 임무인데 돕기는커녕 오히려 폐만 끼치니.”


백범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정일에게 힘을 내라 격려했다.


“그런 말은 우리 사이에 필요 없네. 자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나야. 그리고 참이를 지켜야만 야수족이 강해지는 걸 막을 수 있으니 당연히 지켜야지.”


“감사합니다. 이제 좀 쉬시지요.”


정일의 제안에 올라가기 위해 일어나며 백범이 참이에게 다짐을 받았다.


“하룻강아지, 앞으로 외출할 때는 무조건 나와 함께 가고 새벽 5시에 기상해서 검술 연습을 할 테니 그리 알아.”


참이가 나름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에.”


다는 못 알아들어도 백범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은 알아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일을 진심으로 위한다는 것도. 정일이 참이를 불렀다.


“참이야, 여러 가지 궁금한 것이 많을 거다. 차차 알려줄 테니 백범님이 지도해 주시는 수업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참이가 정일을 안심시키기 위해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빠, 걱정 마. 나도 이제 삼촌 말 잘 들을 거야.”


그런 딸이 너무 대견했지만 정일은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걱정을 떨어 버릴 수가 없었다.


“절대 혼자 다니면 안 돼. 알았지?”


참이도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리니 소름이 끼쳤다.


“응, 절대 혼자 나가지 않을게. 아까도 삼촌 아니었으면 잡아 먹혔을 거야.”


참이의 말에 정일은 오늘 공격한 짐승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물리쳤는지를 물었다.


“아 참, 오늘 어떤 짐승이 나왔어?”


“지렁이였어, 아빠. 처음엔 어떤 남자가 나타나서 나를 잡아먹고 싶다고 했었거든. 그런데 나중엔 3미터도 넘는 지렁이로 변하더라고.”


“지렁이라. 아주 상급 괴물은 아니구나. 백범님이 처리하셨지?”


“어, 어떤 칼을 꺼내더니 지렁이 몸통을 자르고는 연탄재를 지렁이 잘린 면에다 막 뿌리더라고.”


“그거야 지렁이는 잘려도 다시 몸이 생겨나기도 하고 잘라진 면끼리 다시 이어지기도 하니까 그러신 거지.”


정일의 설명을 듣고 나니 아까 백범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아하, 그래서 그렇게 연탄재를 뿌렸구나. 그런 짐승들이 많아?”


정일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것이 문제야. 탐욕과 광기에 사로잡혀서 인간들을 해치거든.”


참이는 주먹을 꽉 쥐고 결심했다.

“아빠, 짐승들의 밥이 되지는 않을 거야. 나 열심히 할게.”


정일이 그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고, 이래야 우리 참이지.” 


자신을 향해 끝없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정일을 보며 참이가 참았던 물음을 던졌다.


“아빠, 엄마 이야기 해 줘. 선녀의 향기는 뭐야?”


정일이 참이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 그리움에 잠긴 목소리로 그와 이화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참이가 조금만 더 크면 해주려고 했었는데. 참이야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알아?”


참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끄덕였다.


“전래 동화? 알지. 나무꾼이 사슴을 구해주고 사슴은 나무꾼에게 선녀 납치법을 알려주고 그래서 아이 낳고 살다가 선녀가 가출하고 또 찾으러 가고? 아니야?”


정일의 볼이 살짝 붉어지며 부인했다.


“도대체 네 버전은 어디 거길래 그 모양이냐? 낭만이 없잖아. 암튼 그 나무꾼과 선녀가 아빠랑 엄마라고 생각하면 돼.”


참이가 놀라 물었다.


“아빠가 선녀인 엄마를 납치 감금했어?”


“아니! 엄마가 하늘에서 목욕하러 지리산으로 내려왔고 마침 거기서 수련하던 아빠를 보고 둘이 연애를 해서 널 낳은 거야. 수명이 다 되어서 지금은 우리 곁에 없는 거고.”


정일의 말에 참이가 엄마를 떠올리며 말했다.


“어쩐지 우리 엄마는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었어. 선녀라서 그런 거구나. 엄만 날개옷 없어?”


정일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없어. 엄마가 차라리 날개옷 입고 하늘로 올라간 거면 나도 두레박 타고 따라갈 텐데.”


그런 정일에게 참이가 참으로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아빠, 엄마 같이 예쁜 사람 없으니 그만 포기하고 다른 아줌마랑 연애해. 나 시집가면 혼자 외롭잖아.”


정일이 참이에게 꿀밤을 먹이며 일어났다. 두 부녀가 오랫동안 주고받는 농담 아닌 농담이었다.


“이 자식이! 너 시집 안 보낸다고 했어 안 했어? 너는 평생 아빠랑 살아야 돼. 알았지?”


정일이 일하러 주방으로 들어가고 뒤에 남은 참이가 외로워 보이는 정일의 뒷모습에 중얼거렸다.


“아빠, 나 꼭 시집갈 거야. 아빠 같은 남자한테. 그러니 예쁜 아줌마 만나야 돼.”     




참이는 다점 창으로 보이는 봄볕이 유난히 좋아 보여 한숨이 나왔다.


“아 새내기로 끝내주게 놀 수 있었는데 이러다 재수가 아니라 삼수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으 청소나 하자.”


참이가 다점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어, 현이네. 어 나야. 언제 온다고? 알았어. 같이 점심 먹자고? 응.”


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며 참이는 단짝인 현이가 온다는 것을 아빠에게 말하러 들어갔다.


“아빠, 현이 온대. 점심 달래.”


정일이 반가워하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래? 어디 갔었나? 현이 오랜만인 것 같다?”


심술이 나 두 볼이 빵빵해진 참이가 투덜거렸다.

“그 자식이 치사하게 혼자 배낭여행 갔었잖아. 선물 잔뜩 사 왔다 그래서 봐주는 거야.”


못 말린다는 듯이 검지를 세워 흔들며 정일이 참이에게 경고했다.

“참이야, 너 현이 너무 뜯어먹으면 현이 도망간다. 대학에 예쁜 여자아이들이 얼마나 많겠냐?”


참이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렇겠지 뭐. 내가 오현 부려 먹는 날도 얼마 안 남았지. 여친 생기면 자랑질이나 하러 전화하겠지. 나는 이 봄날에 이리 갇혀 있는데.”


정일이 의심하며 물었다.

“참이야, 너랑 현이랑 사귀는 거 진짜 아니야? 


참이가 콧방귀를 뀌었다.

“아빠, 그게 말이 돼? 현이는 내게 그냥 형제랑 똑같은 존재야. 같이 먹고 자고 뛰어놀고. 초딩 때 화장실도 같이 썼잖아. 설레는 마음이 일도 없다고.”


정일은 현이가 안쓰러웠다.

“그래 그래. 현이만 불쌍하지.”


“뭐라고?”


“아니야. 현이 것까지 국수 더 삶아야겠다고. 그 녀석도 너만큼이나 많이 먹잖냐.”


“아빠, 우리 현이한테 하숙비 받을까? 현이는 자기네 집보다 우리 집 밥을 더 많이 먹잖아.”


정일이 또 한 번 참이에게 경고했다.

“야, 너 현이네 아줌마한테 그 말할 수 있냐? 나는 못 한다. 네가 할 수 있음 받아와!”


찬이는 아빠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네. 또 숙이 아줌마한테 엉덩이 차일 뻔했다. 아줌마 뵙고 싶다. 현이 말로는 한 달은 더 있다 산에서 내려오실 거라고 했는데.”


정일도 아이들 유치원 때 학부모로 만나 계속 가깝게 지내는 현이 부모가 그리웠다. 이 부부는 산에서 약초를 캐고 연구하고 그 약초와 치료법으로 사람을 구하는 한의사였다. 병원보다 산에 더 많이 있는.


“이번에는 두 사람이 유난히 오래 나가 있는 것 같은데. 그간 겨울에는 잘 안 올라갔었는데.”


참이는 아빠가 준비해 놓은 김가루를 집어 먹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현이는 자유라고 좋아 죽어. 맛있다.”


정일이 양심 없는 참이의 손등을 탁 치며 쫓아냈다.


“그만 집어먹고 나가서 손님 오나 카운터나 지키고 있어.”


“힝! 알았어.”


참이가 나가는데 마침 다소곳하게 생긴 중년 부인이 가게로 들어서고 있었다. 단골손님인 정 여사였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활기찬 참이의 인사에 정 여사가 반가워하며 답했다.

“어머, 참이양 오랜만이야. 더 예뻐졌네. 아팠던 건 괜찮고?”


“아 네. 감사합니다. 염려해 주셔서 지금은 괜찮아요. 오늘은 어떤 차를 찾으세요?”


정 여사가 살짝 고민하며 대답했다.

“평소에 즐겨 마시는 국화차도 가져가고 그 외에 새로 향이 좋고 깨끗한 맛의 차도 있으면 더 가져가고 싶네.”


잠시 진열장을 바라보던 참이가 정 여사에게 추천했다.

“이 솔잎차 한 번 드셔보세요. 청아한 솔잎 향에 맛도 깔끔해요. 시음해 드릴까요?”


정 여사가 기껍게 참이의 추천을 받아들였다.

“아유 참이양 추천인데 시음은 무슨. 내가 바빠서 그러니 바로 싸줘요.”


그 말에 참이가 서둘러 두 차를 한지로 만든 예쁜 봉지에 포장을 했다.


“여기 있습니다. 차 향기와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호호 고마워요. 참이 양도 잘 지내고 점주님께도 안부 전해줘요.”


살뜰히 인사를 남긴 정 여사가 서둘러 다점을 나섰다. 정 여사는 오늘 오랜만에 집에 고교동창 친구를 초대해서 마음이 급했다.


‘어서 가서 요리도 마무리하고 꽃도 꽂아야지. 아유, 하필이면 이럴 때 차 준비를 잊어가지고.’


종종 걸어가던 정 여사가 다점에서 약간 떨어진 대로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무언가 정 여사를 확 잡아 올렸다.

“아악!”     




오현은 다점으로 가다 순간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아 귀에 꽂은 이어폰을 뺐다. 귀 기울여 들어보았으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잘못 들었나? 어서 가자. 정참이 또 소리 지를라.”


오현은 소꿉친구이자 단짝 친구이고 베스트 프렌드인, 장래 자신의 배우자가 될, 참이를 잠깐이라도 빨리 보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것이 나 혼자 여행 갔다고 입이 댓 발은 나왔겠지? 그래도 가는 곳마다 챙겨 왔으니 이걸로 입 막아야지.’


오현의 눈에 호미다점의 간판이 보이자 입술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 그의 뒤쪽 가로수에서 작은 봉투 하나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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