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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쥴리 May 11. 2023

약 먹이기.

아직 마리는 약을 꼬박꼬박 먹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암세포들이 폐와 흉막 쪽에 많이 전이가 되어서 흉수도 찼고 그래서인지 가끔 호흡이 가쁘다. 일단 비상약으로 약한 진통제를 처방받아 놓은 상황이다. 쓸 일이 없기를 바랐지만 슬슬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 어젯밤에도 숨이 가쁘길래 약을 하나 먹이려고 했는데 잠결에 뭔가 잘 못 먹였는지 마리가 켁켁대다가 캡슐을 토해냈다. 다행히 캡슐을 씹었는데도 터지지는 않았지만 나를 무척이나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오랜만에 내 옆에서 자고 있었는데 비척비척 힘들게 나가길래 약 안 먹일 테니 침대에서 자라고 사정사정했지만 마리는 매정하게 나가버렸다. 약도 하나 제대로 못 먹이면서 집사라고, 엄마라고 떠들어댔다니... 몇 발자국 못 가서 털썩 누운 뒷모습을 보며 물렁해진 캡슐을 쥐고 한참을 혼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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