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마미 Feb 05. 2022

엄마가 간과한 존중의 품

10달동안 뱃속에 소중히 품었던 우리 아가가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너무나 작고 연약하게만 보였던 너였기에, 그만큼 떨리고 조심스러웠다. 내 인생에서 너라는 큰 선물을 받고 나는 처음으로 엄마라는 역할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부족함을 잘 알기에 두려웠다. 처음이어서 서툴다는 이유합리화했다.  “이건 안돼” “저긴 위험해” “지지, 더러운거야” 이런 말들만 되풀이했다.

     


너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감싸안으려고만 했지 너를 ‘다양한 욕구를 가진 한 존재’로써 생각치 못했다. 남편과 가족회의를 할 때도, 구성원은 당연히 우리 뿐이었다. 네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직은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까’ 하는 생각은 너무나 쉽게 들었고, 회의의 주도권 또한 오직 우리에게 있었다.              



너는 왜 아이를 한 주체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니?”            


   

이 말을 들은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내가 정말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구나. 너를 소중히 여긴다고 말하면서도, 너를 한편으로는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 아가도 욕구가 있는데, 한 존재로써 생각하고, 감정도 느끼고 있는데. 좋고 싫음의 의사표현도 더욱 명확히 표현하는 너를 말이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에도, 우리의 입장만 따질 것이 아니었다. 의 입장에서 어떤지, 그 결정이 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가장 먼저 떠올렸어야하는데 너무나 익숙하게 내 입장이 먼저였다.   



이유식을 먹는 과정에서 미음을 손으로 만지고 던지고 하느라 더러워진 옷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먼저였고, 더 놀고 싶어하는 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깨끗하게 하는 것이 나의 해줄 수 있는 우선순위라고 생각했고 빠르게 케어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너는 그것보다도 더 만지고 더 놀고 싶어 했었음을 엄마는 뒤늦게서야 알아차렸다.



네가 조금씩 자라서 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배움을 목표로 집안 곳곳을 탐험할 때에도, 제지하기가 먼저였다. 어느새 엄마는 너를 지킨다는 이유로, ‘조력자’가 아닌 ‘방해물’이 되어버렸구나.

참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했는데 그것이 너에게 사랑이 아닐줄은 몰랐다.



이제 엄마는 나의 입장 보다도 우리 아가의 입장을 먼저 떠올리고 존중해주고 싶다. 그래서 엄마는 오늘도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존중하는 품으로써 따스히 껴안고, 맘껏 사랑해주었는지 스스로 되돌아본다.    



"우리 아기가 쑥쑥 성장하는 만큼, 엄마도 함께 자라도록 노력할게. 엄마가 약속해."     



(출처:f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모든 걸 흡수하는 작은 거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