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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마미 Jan 25. 2022

나의 모든 걸 흡수하는 작은 거인

나는 엄마가 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뒤늦게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라고 자책한 것들이 많았다. 엄마로써의 삶이 처음이기도 하고, 모르는 것들이 가득했기에 공부가 필요하단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었다. 무지하고 게으른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 뒤늦게 알아서 못해준 것들에 대해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육아 중에도 관련 서적을 틈틈이 보려고 노력한다. 그 와중에 최근에 접한 '몬테소리 교육' 관련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흡수 정신'은 아이가 태어나서 6세가 될 때까지 나타나는 특별한 정신상태라고 한다. 아이들은 주변 환경을 보고 들으며 흡수하며, 그 흡수한 것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다. 만약 아이에게 언어를 쉽게 가르치려면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대화를 걸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삶의 모든 형태들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아이 앞에서 더욱 내 행동을 더 조심해야겠구나' 하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아이가 웃으면서 검지 손가락을 콧구멍에 넣고 코를 후비적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불현 듯 스치는 기억 하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코가 답답한 것 같아 후볐는데 아이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재밌는지 꺄르르 웃었다. 그걸 기억하고 따라하는 것이구나 싶었다. 평소에 엄마가 먹고 있는 사과 조각도 손에 잡고 먹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쟁이다보니 엄마의 찰나의 행동도 놓치지 않았나보다.     



코를 후비는 것은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내가 일상 중에 무심코 하는 나쁜 습관들을 따라할까봐 걱정이 된다. 갈라진 입술을 피가 나도록 뜯는 것, 정리보다는 정신없이 흩뜨려 놓는 것,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보는 것,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이런 부끄러운 부분들을 혹여나 쭉 빨아들일까봐 조심스러워진다. 

     


 ‘아이에게 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이고 싶은가?" 



늘 무언가를 제지하는 엄마

화만 내는 무서운 엄마

감정조절 못하는 엄마 

이랬다가 저랬다가 비일관적인 엄마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엄마



만약 내가 아이에게 이런 모습이라면 너무나 괴로울 것 같았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애매모호하게 온유하고 따스한 엄마이고 싶다고 말하곤 했었는데, 막상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마저도 어렵게 된 듯 하다. 오직 본능에 충실한 아이를 인내하는 과정은 매일의 일상에서 무한 반복된다. 하루에도 수십 번 '참을 忍'을 마음에 새기려 애쓰는 중이다. 그렇기에 매일의 나 자신에게 부지런히 되물어야 한다.



"오늘은 OO에게 어떤 엄마이고 싶어?"

           

     

나는 '가정에 충실한 엄마'이고 싶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따뜻한 밥을 챙겨주고, 다정하게 책 읽어주고, 아이의 세심한 필요들을 채워주고 싶다. 그리고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해서 자기성장도 게을리하지 않고, 이웃과 더불어 함께 웃으며 화목히 지내는 엄마이고 싶다. 

나의 이런 모습이 익숙하게끔 아이의 가슴에 깊이 새겨주고 싶다.



내가 엄마인 것이, 아이에게 부끄러움이 되지 않도록..

나의 작은 말과 행동이, '우리집 작은 거인'에게 지워지지 않는 한 부분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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