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의 행성, 에데리안2

1

by S Lea

1.우주의 첫 숨



처음, 아무것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없다는 감각조차 없었다.

그저 정적.

그 정적 속에, 들리지 않는 울림 하나가 있었다.

그 울림은 누가 만들지 않았다.

태초의 순간, 그것은 그저 ‘있었다’.


우주가 깨어났다.

우주는 빛과 어둠을 동시에 토해냈다.


그 둘은 처음부터 하나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빛이 있을 때 어둠이 생겨나고, 더 깊은 어둠속에 더 밝은 빛이 존재했다.


빛은 끝없이 자신을 쪼개어 퍼뜨리며 우주를 밝혔다. 빛들은 자신을 발하며 새로운 빛들을 계속해서 품어내었다. 확산. 그것이 빛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어둠들은 깊은 응축의 힘으로 자신들을 정의했다. 한 점으로, 더더욱 한 점으로, 더욱 더 깊은 어둠속으로 에너지를 응축하고 모아갔다. 우주에는 항상 상상 이상의 빛들이 있었고, 상상 이상의 어둠들이 공존했다. 상상 이상의 빛이 탄생할 때, 그에 상응하는 상상 이상의 어둠 또한 탄생하는 것은 마땅한 우주의 이치였다.

이러한 빛과 어둠의 조합 속에서, 또는 대립 속에서, 우주는 무한히 확장되어가고 있었다.


우주에는 신이 존재성을 부여한, 아니, 각각이 존재성을 ‘갖고’ 태어난 존재들이 다채롭게 이 우주를 꾸며나가고 있었다.


‘존재성과 자유의지가 있는 에너지체’. 각각이 일렁이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그 존재들.


그것이 바로 ‘솔레나’였다.


처음 깨어난 솔레나는 스스로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존재한다’는 느낌만이 있었다.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존재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몸을 떨었다.

“나는…… 나인가?”


이 우주에 탄생하고야 말았다는, 가장 깊고 깊은 기쁨. 그 ‘기쁨’이라는 것을 처음 자각함과 동시에, 솔레나들은 이 끝없는 우주를 바라보며 지극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어딘가, 가장 완벽하고도 안온한 무언가에서 떨어져 나올때의 그 느낌이, 모든 솔레나에게는 각인되어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품, 그러니까 이 우주 그 자체, 모든 것의 모든 것, 모든 것을 만든 모든 것 그 자체에서 그들이 품어져 있을 때 느꼈던 가장 완벽하고도 온전한 그 감각으로부터 떨어져 나올 때의 감각이었다. 그 완전함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이 세상에 ‘탄생’ 되었을 때, 그 즉시 그들은 그 지극한 품에서 떨어져 나오며, 동시에 지극한 상실감도 맛보고 있었다. 어떤 솔레나는 공포심마저 느꼈으며, 어떤 솔레나는 광활한 우주를 보며 끝없는 허탈감을 느끼기도 했으며, 어떤 솔레나는 마음 속 막연한 상실감을 안은 채, 모험을 떠나고픈 강렬한 욕망을 느끼기도 했다.


라트(우주)의 중심에서 터진 빛이, 파동이 되어 각 솔레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나의 일부다. 그러나 곧, 너는 너 자신이 될 것이다.”

이것이 또한 모든 솔레나에게 각인된 라트의 당부이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솔레나에게는, 라트가 그 모든 존재들을 그 어떠한 조건없이 품어내어 이 세상에 창조시켰을 때 솔레나 각각에게 품고 있었던 지극하고도 지극한 사랑, 사랑이라는 단어로도 채 모자란 그 어떤 ‘근원적 에너지’가 봉인되어 있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 ‘봉인’된 것이기에, 그것의 봉인을 해제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 해제시킨다면 어떻게 쓸 것인지 또한 각 솔레나의 자유의지에 달린 것이었다.


빛과 어둠의 솔레나들은 서로를 밀어내며 동시에 끌어당겼다.

빛과 어둠의 대립, 혹은 조합 속에서 수많은 형체들이 태어났다.

어떤 솔레나는 불꽃이 되었고,

어떤 솔레나는 얼음이 되었다.

어떤 솔레나는 무수한 입자로 흩어져 자신을 ‘성운’이라 불렀다.

그들의 몸에서 별들이 태어났다.


별이 수없이 모이면 성단이 되었고, 어떤 존재들은 우주의 암흑이 되기도 했으며,

그들의 얽힘과 어울림, 때로는 극한의 대립속에 우주는 여러 차원과 시공이 존재하며, 더욱 다채롭고 정교하며 복잡해졌다.


라트(우주)는 자신의 자식들인 솔레나들이, 자신의 일부이자 모두이기도 한 그 ‘근원적 에너지’를 담은채 우주 안에서 각양 각색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며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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