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여섯 살이니 워킹맘 6년 차.
매일매일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우당탕탕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또 넘어간다.
꽤 낭창하고 여유로운 성격 덕분에 큰 스트레스도 엄청난 노력도 하지 않고도 잘 살아왔던 내 삶에
아이를 키우는 것은 빅 이벤트였다.
적응의 동물이라지만 이번엔 그 적응조차 많이 울고, 스스로를 할퀴면서 겨우겨우 얻어낸 것 같다.
그렇게 잘? 무난히? 지내다가도
울컥울컥 사소한 하나하나가 받치는 날이 있다.
오늘처럼.
다 같이 늦잠을 자서 정신없는 아침이었다.
그래도 신랑은 신랑의 몫을 턱턱 해내주고, 아이들도 익숙하게 몸을 내맡겨 주기에 아슬아슬하게 준비를 끝내고 그 누구도 늦지 않았다.
아침 미션은 성공한 아침.
떠나는 차를 향해 손 흔들고 가뿐히 신랑과 미션 성공을 주고받으며 카톡을 마무리하며 출근하면 되는데 오늘따라 마음이 따끔따끔하다.
머리 말리느라 옆에서 종알대는 둘째 말에 너무 성의 없이 대답한 게 걸리는 걸까?
바빠서 양치도 못 시키고 보낸 게 걸리는 걸까?
가끔 행동할 때 로딩이 걸리는 첫째가 엘리베이터 빨리 타라고 밀린 것 때문에 갈 때까지 우울해있어서일까?
늦어서 신랑이 둘째, 내가 첫째 등원으로 나뉘면서 둘째랑 충분한 인사를 나누지 못해서일까?
이도 저도 다 충분치 않다면 그냥 내가 극 F라서 그런 건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첫째와 나를 번갈아 빤히 보시더니
“아이고.. 아침부터 출근하고 등원하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나 봐요? “
하시더니 내릴 때
“그래도 힘내고 좋은 하루 보내요~”
해주신다.
나의 분주한 마음이 겉으로도 드러나나 보다 싶다.
다행히 늦지 않고 버스를 잠깐 기다리는데,
둘째 덕분에 강제로 형이 된 첫째가 이런 순간엔 아기가 된다.
혀가 짧아지고, 안아달라고 한다.
23kg을 가끔 젓가락질에도 힘이 빠지는 손목으로 안아주는데
“엄마~ 내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오늘 학원 안 가고 엄마가 일찍 데리러 올 거야? 친구들이랑 안 놀고 간호사 선생님 방에 누워있으면 오는 거야? ” 한다.
그래.
그 말에 제대로 대답해주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오늘 컨디션 안 좋냐고 질문만 하는 내가 안쓰럽고, 고작 5살에 이런 생각을 말로 표현까지 해야 하는 내 아이가 짠하다.
그냥..
딴딴이가 엄마가 일 하는 이유고, 엄마는 마치면 바로 달려올 거지만 진짜 몸이 아프고 엄마가 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으면 선생님께 말씀드리라고 했다.
주문처럼, 네가 이해하던 못 하던 중얼거려 본다.
널 사랑해서 엄마가 오늘도 나간다고.
너와 떨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고.
그곳에서도 온통 네 생각뿐이라, 너무 보고 싶으면 사진도 보고 니 얘기도 한다고.
손목에 이어 어깨와 등짝도 아파오지만, 그 아픔까지도 아이에게 사랑으로 전달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