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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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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Oct 14. 2021

자신감이 없는 남자를 만난다는 것

작은 모험이라도 시작해보자 제발


여자에게 최악의 남자가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잖아.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안해. 누구나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우유부단하더라도 여자랑 잘 상의하고 잘 따라주면 잘 풀리는 경우도 있어. 나는 이런 케이스를 보기도 했고.


남들이 말하는 내 파혼남의 최대 단점은 우유부단한 거랬어. 그런데 나는 그게 단점같지 않았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MBTI성격유형 기준으로 나는 ENTJ이고 파혼남은 ISFP거든. 정반대지. 그런데 성격 조합 매트릭스 같은데서 보면 이 정반대의 성격이 최상이라고 하더라. 아마 내가 제시하면 잘 수용하는 그의 태도 때문일 수도 있어. 걔는 직설적이고 이성적인 내 판단에 감성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


얼마나 수동적이었냐면 데이트 할 때 한 번인가 빼고는 밥먹을 장소를 내가 다 정했어. 기념일에 뭐할지 드라이브를 어디로 갈지. 커피를 고소한 원두를 고를지 상큼한 걸 고를지도. 나는 결정하고 가이드 하는 걸 좋아했고 그런 내 리더쉽을 높게 평가하고 항상 칭찬해주는 사람이 파혼남이었지.


**내가 다 정했고 그는 따랐어. 우리는 그래서 싸우지 않았어. 나름 찰떡궁합이라고 우리는 낄낄댔지.**


그런데 싸움이 발생되는 부분은 이 궁합에 그의 엄마가 낄 때였어. 왜 껴들어서 자꾸 우리 사이를 깨부시는건가. 왜 싸울 이유를 자꾸 만드는거야라면서 나는 못되게 파혼남 앞에서 그의 엄마 욕을 해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파혼남은 나를 나무라지 않았어. 근데 역으로 파혼남은 자기 엄마한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겠지.

조금 지나고 나서 몇 번의 사건이 있게 된 후 나는 알게 됐어. 파혼남은 외동아들로 자라오면서 자신이 없었어. 뭐든지 엄마 말대로 하던 사람이더라. 물론 외동아들이었으니깐. 하지만 이 느리고 느린 아들이 무언가 하기도 전에 엄마는 알아서 모든 걸 해놔버렸고 파혼남은 그냥 눈 앞에 있는 걸 바라보고만 있었더라고. 친구, 학교, 군대, 직장까지도 엄마가 다 해놔버렸더라고. 그래서 파혼남에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게 있었어. 바로 자신감이야.

**자신감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이라기 보다, 스스로에게 주는 지지의 힘 같은 거 아닐까?**


자신감이란건 선택한 것이 망쳐지더라도 나는 나를 지지하기 때문에 금새 일어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힘, 내 선택의 결과정도는 내가 책임질 수 있어 하는 마음가짐일꺼야. 내 파혼남은 아마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 같더라.


남편과 사이는 안좋고 아들 하나만 바라봤고 쥐꼬리 만한 월급으로 억척 같이 외아들에게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은 왜 이해못하겠어. 나 이해해. 근데 부모의 속도가 자식의 미래를 미리 결정해 버린다는 것 만큼 위험한게 있을까 싶어.

**자신이 나아가기 전에 모든 게 결정 된 상황 앞에서 자란 사람은 결국 자신을 지지하면서 나아갈 추진력을 잃게 되나봐. 내 파혼남처럼.**


가끔은 인간적으로 그 친구를 지지하고 싶어져. 자신감을 갖기를. 선택을 하라는 게 아니라 조금은 자신을 믿고 망가질 각오를 해도 괜찮다고.

**작은 모험이라도 시작해보게나. 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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