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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애 Feb 06. 2023

외지인이 본 광양

주거공간으로서의 광양 + 그래서 부동산 매매는?

광양은 산업도시다.


집을 사고팔 때 보통의 도시와는 조금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집값'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건 서울이고, 강남이고, 교육이다. 지하철역과 버스정거장 등 교통 편의성도 중요하고,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나 번화가로부터의 접근성도 중요하다. 서울 중심부인데 한강이 보이면 다른 모든 조건들이 중요치 않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아마도 각 지역마다는 서울에서 한강 같은 지역이 존재할 테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집값'에는 별 관심이 없다. 미래의 나는 어떨지 몰라도 과거의 나는 그랬고, 지금의 나도 그렇다. 하지만 매매한 집을 팔아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집이 잘 팔리는지, 적어도 큰 감가상각 없이 샀을 때 정도의 가격은 유지하는지는 중요하다. 이사란 단순히 짐을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좁게는 한 사람의 생활이 넓게는 그를 둘러싼 우주가 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사라는 행위가 제때 행해지지 못할 때에는 삶에 커다란 균열이 발생한다. 예로부터 인생은 타이밍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광양에 집을 알아보며 수없이 많은 자료를 검토하게 되었다. 살아보기는커녕 한 번 방문해 본 적도 없는 지역이다 보니 수많은 블로그와 카페를 들락거리고, 지도를 살펴보고, 거리뷰와 항공뷰를 활용하여 정보를 취득했다. 물론 이러한 행위 뒤에는 실제 방문(임장)과 부동산에 대한 검토가 뒤따라야 했다. 마땅한 매물이 없으면 월세를 찾는다는 다소 단호한 마음으로 분석을 시작했다.



1. 광양은 광양읍과 광양시로 나뉘어있다.



처음엔 '시'와 '읍'이라고 해서 광양시에 사람들이 많이 살고 광양읍엔 농촌 풍경이 펼쳐질 거라는 단단한 착각을 했다. 알고 보니 광양읍이 원도심이고 광양시가 90년대 중반 이후 개발된 신도심이었다. 실제 1994년까지는 군청이 광양에 위치했다고 한다. 동광양이라 불리는 광양시가 개발된 후 사람들이 우르르 광양시로 몰려갔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다. 아직도 아파트 가격은 광양읍이 더 비싼 경향이 있다. (최근에 자이 등 브랜드 아파트들이 광양시를 둘러싸고 대거 들어와서 약간의 변동이 생기긴 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사람들은 공장에서 먼 곳을 주거지로서는 더 선호한다.

서울처럼 직주근접 개념으로만 접근했는데 멍청한 생각이었다. 물론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위치한 금호도에는 사택단지가 아직도 남아있다. 지금은 일반 매매가 가능한 저층 아파트가 되어버렸지만, 저 작은 금호도엔 초등학교도, 고등학교도 심지어는 대형마트와 CGV도 있다. 하지만 광양읍에서 포스코는 출퇴근이 불가능한 거리가 결코 아니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광양읍에 산다. 광양읍은 공장과는 더 거리가 있어 상대적으로는 공기는 더 좋을 수밖에 없다.


- 터미널이 가까워서 좋은 건 거주민이 아닌 외지인이다.

터미널 관련된 사항 역시 너무 고터만 생각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이 위치한 반포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다. 한강이 가깝고 강남도 가깝지만 터미널도, 고속도로도 가까운 지역이다. 나들이를 갔다 경부를 타고 서울톨게이트를 넘어서면 그때만큼은 양재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광양주민들이 터미널 근처를 '번잡하다'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상대적으로 음식점도 많고 술집도 많아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 선호하지 않아 보였다. 물론 동광양중마버스터미널 근처에도 아파트는 많고, 멀지 않은 곳에 초중고교들이 들어서있긴 하다.


- 순천과 가깝다.

기본적으로 순천은 여수보다 더 큰 도시이다. 광양 인구가 15만 명 정도인데 반해 순천 인구는 28만 명 정도이다. 서울에서 가는 KTX도 순천을 지나 여수로 가고(광양은 패스. 광양역은 전라선이라고 해서 환승을 해야 한다), 법원 등 굵직굵직한 기관들도 순천에 있다. 여수산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위에 언급한 공기질 문제로 순천에 많이 거주하는 만큼 인프라도 뛰어나다. 광양읍과 순천은 버스로도 택시로도 자차로도 이동이 꽤 손쉽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동광양이라 불리는 광양시보다는 접근성이 더 뛰어나다.



2. 광양시는 중동과 마동으로 나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아빠에게는 직주근접의 효용을 높이는 편이 더 나아 보였다. 이왕 아끼는 이동거리라면 걸어서까지 다닐 수 있으면 최고 아닌가. 게다가 광양시에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이 '여기에 사람 많이 살고, 사는데 불편함 없이 편의성도 뛰어나!'라고 말해주는 듯 느껴졌다.


광양 아파트를 매수하면 어떨까 하고 처음 생각했던 이유는 말도 안 되게 저렴한 아파트 가격 때문이었다. 1억 이하, 어떤 집들은 5,000만 원 내외로도 거래가 가능했다. 5,000만 원 내외의 아파트들이 존재하는 지역 중 금호도와 광영동은 선택지에서 우선 제거했다. 금호도 사택단지 아파트들엔 정말 포스코에서 일하거나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듯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말 너무 매우 공장지대에서 가까운 지역이다. 아빠가 일하는 곳으로부터는 오히려 거리가 있어 메리트가 없었다.


마동에서 가야터널로 연결되는 광영동 역시 옵션에서는 지우기로 했다. 브라운스톤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파트들을 5,000만 원 내외로 매매할 수 있는, 심지어는 2,000만 원 선으로도 매매가 가능한 아파트가 있는(!!!, 정말 믿지 못했다. 진짜 눈을 몇 번 비볐다.) 동네였지만 시가지와 거리가 있고 도보 출퇴근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마음을 돌리게 했다. 광영동 바로 앞엔 SK LPG 공장들이 붙어 있어 SK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 동네를 찾는다는 이야기였다. 매매가가 2~3,000만 원인 아파트들인데도 무려 2~30만 원 월세 수요가 꾸준히 있는 이유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남는 건 중동과 마동.


이쯤에서 검색을 하다 황금지구, 와우지구, 성황도이지구 등의 '지구'들이 끝도 없이 등장해 조금 당황했다. 아파트단지가 새로 한두 개만 들어서도 '지구'를 붙이고 새로운 중심지로 개발시키려는 모습이었다. 인구가 15만밖에 되지 않는 도시에 이렇게 중심지들을 나누어져도 괜찮은 건가 한참 고개를 갸우뚱하다 이 역시 너무 서울 중심적 판단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노도강에 거주하는 인구를 합치면 100만이 넘고 의정부에 거주하는 인구가 50만이 다 되는데도 수도권 동북부 사람들은 '수유역 근처'나 '노원역 인근'에서 약속을 많이 잡는다. 경기 남부에 있는 수원 등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체 인구만 100만이 넘는데도 '사당역 근처', 혹은 '강남역 주변'으로 자주 집결한다. 서울이 워낙 강력한 중력을 갖고 있는 블랙홀 도시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인구 15만의 광양, 그도 광양읍과 광양시로 나누어진 상황에서 광양시가 또 잘게 나누어져 중심지가 개발되는 건 조금 우려되었다. 상가들이 버텨낼 수 있을지 내가 다 걱정이 된다.


와우지구와 성황도이지구는 아직 개발 중이고, 황금지구에는 푸르지오와 자이가 대단지로 들어서있다. 하지만 이곳 아파트들은 광양시의 대장 아파트들로 매매가가 4억 내외이다. 통근거리를 줄이고 한 달 40만 원의 월세를 아껴보고자 하는 투자로는 너무 과하다. 심지어 광양은 어찌 된 게 신축의 경우는 전용 84 아파트들밖에 없다. 낮에 집에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1인 거주 집으로는 커도 너무 컸다. (관리비도 어쩔) 여러모로 땡. 결국은 돌고 돌아 중동과 마동에 집중하기로 했다.


- 광양시 중동

중동과 마동은 중마동이라 함께 불릴 정도로 생활권을 공유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엔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중동은 상업시설들이 밀집된 광양의 '도심'이다. 광양시청도 있고, 고속버스터미널도 있다. 이순신대교 먹거리타운도 있어 음식점과 상업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다. 광양에 하나 있는 스타벅스도 바로 여기에 있다. ㅋㅋ (라고 쓴 이후 다시 찾아보니 올해 1월에 와우지구 쪽에 하나가 더 생겼네.)


포스코에서 가깝기도 하고 여러 생활 편의시설들이 상대적으로 밀집된 곳이라 외지에서 몇 년 발령이 난 사람들이나 1인가구 등이 많이 선호하는 동네가 중동이다. e편한세상 등을 제외하면 주택 매매가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신혼부부나 어린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도 많이 거주하는 듯 보였다. 이 지역에 초등학교 3개와 중학교 2개가 옹기종기 붙어있는 것을 보면 말 다했다.


- 광양시 마동

마동은 '중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유흥시설이 없어 아이를 키우기 좋은' 등의 문구로 대표된다. 마동엔 정말 아파트단지들과 단지 옆 단정한 상가들, 작은 학원가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하나로마트가 있긴 하지만 농협과 하나로마트가 없는 지방도시는 애초에 없으므로 이는 논외로 한다. 초등학교 3개와 중학교 2개, 고등학교 3개가 있고, 공원과 병원(광양에서 제일 큰)이 있다. 가족단위 가구를 타깃으로 설계된 동네인 건지 가장 작은 집이 전용 59 방 3개짜리 집이다.




그래서 매매는?


이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이라면 위 질문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가장 많을 것 같아요.1억 미만 아파트는? 5,000만 원 내외 아파트가 더 있어? 라는 질문에는 YES! 라는 답과 함께 다음 글의 예고를 해봅니다. 다음 이야기는 광양 중에서도 광양시, 광양시 중에서도 중동과 마동의 아파트들에 대한 시세 분석과 공급물량 분석입니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떠난 광양 임장기! 다음 글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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