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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가 만드는 거리감

친구사이, 연봉정보 공유에 대한 생각

by 나무껍질

1. 배경
최근 원하던 기업에 취업해 연봉계약서를 작성했다.
사무직의 경우 대부분 포괄임금제지만, 실제 연봉은 계약연봉·성과급·수당 등 세부 항목으로 나뉜다.
그동안 계약직으로 일하며 주변 지인들과 연봉 이야기를 종종 나눴는데, 이는 주로 회사 정보 수집 목적에 가까웠다.
업계 분위기나 호황·불황 정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2. 사건
올해 대기업 계약직으로 일하던 중, 내 연봉을 유독 궁금해하던 친구가 있었다.
적게 받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고, 그 친구가 타인의 연봉에 과도하게 관심을 보이는 듯해 대답을 피했다.
그 무렵 취업 실패가 이어져 자존감이 떨어졌고,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난 스스로 나름대로 스펙이 좋다고 생각해왔었는데 막상 현실에 부딪혀보니 나보다 스펙 좋은 친구들이 너무 많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 말에 대한 한 친구의 반응은 유독 좋지 않았다.

친구의 의아한 표정, 내가 최탈한 기업의 구체적인 정보와 지원 단계, 이전 회사 경력과 연봉정보까지 세세하게 묻는 모습에서 큰 이질감을 느꼈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9일 오후 06_41_29.png

3. 깨달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연봉을 들었을 때 주눅든 적이 없었다.
정규직 여부나 금액보다는, 각자 직업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러워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돈을 모으는 방향성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취업에 성공해보니, 연봉 정보는 되도록 공유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누군가는 금액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거나 비교하고 계층화시키며, 심지어 무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마무리
그 친구의 진짜 의도는 아직 모른다.
자신의 급여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를 보며 열등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단지 정보가 궁금해서 적극적으로 알아봤을 뿐인데 나의 예민함이 그를 불편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흔히 촉이라고 불리는 인간 삶의 데이터는 어렴풋이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인지 몰라도 어느새 그 친구와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져버렸다는 것을 체감했다.

늘 인정욕에 목말라있는 나지만, 많이 버는 삶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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