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의약품을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책
오늘은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이라는 책에 관해 적어보려고 한다.
어느 서점을 가던지 늘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어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펼쳤던 목차 페이지에서 확인한 약 이름이 다 한번씩은 들어본 것들이라 궁금해졌다.
이 책의 소개글은 '결정적 고비마다 인류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하고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위대한 약 이야기'다.
인류의 삶을 바꾼 의약품들은 당연히 많겠지만, 유독 세계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쳤던 대표적인 약들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비타민C, 퀴닌, 모르핀, 살바르산, 페니실린, 아스피린 등의 의약품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을 먼저 적어보자면,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책을 적어내려가서인지 유독 글이 잘 읽히는 책이었다.
평소 책 한권 완독하는데 1-2주는 걸리는 나를 생각해보면 출퇴근 시간만 해서 이틀만에 완독한 책이었다.
시간으로 치면 거의 2시간~3시간 안에 완독이 된다는 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접하기 어려울 수 있는 의약품이라는 분야와 과학의 발전과정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서인지 학생들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독자층에게 사랑받을만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쉽게 쓰여졌듯이, 전공자들이나 의약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그리고 의약품의 개발이 전쟁사나 역사적 인물들과 어떤 연관이 있었는가에 대한 내용도 저술하고 있는데,
저자가 책에서도 밝히지만 정보의 진위여부는 불확실한 것들이 많다.
흔히 말해서 약과 관련된 신화나 '찌라시' 같은 이야기들이 꽤 많은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그래도 원래 이런 이야기와 상상이 더 재미있는 법.
그만큼 그 시대 의약품 개발의 의미가 무척이나 컸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크게 와닿았다 하는 문장을 찾기는 어렵다.
말그대로 쉽고 재밌는 의약품 이야기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쉽게 읽었다.
그래도 알지 못했던 점들에 대해서는 몇가지 있어 기록해보려고 한다.
비타민C의 새로운 생리작용이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발견되어 그 성과가 세계적인 학술지의 표지를 장식하곤한다.
대항해 시대가 시작된 후 500년이 넘게 지난 오늘날까지도 인류는 비타민C에 관해 완벽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영양제'개념의 비타민C.
접하기 쉬워서인지 그 영향이나 효과에 관해서 생각해본 적이 많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비타민C를 둘러싼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한다.
언젠가 내가 살고있는 시대에 비타민C에 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등장한다면, 이 책이 한번 더 생각날 듯하다.
흔한 영양제라서 미지의 영역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예컨대, 키나 나무 등의 약초에서 추출한 액체에 탄산을 첨가해 마시기 쉬운 형태로 만든 제품이 바로 오늘날의 '토닉워터'다.
토닉워터 역시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무슨 유래인지도 모르고 그저 하이볼만들때 섞는 음료정도로 알고있었는데, 토닉워터가 뭔지 처음 알았다.
생활상식이 하나 상승한 느낌.
퍼킨은 이 우연하고도 기적적인 발견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염료회사를 세워 큰 돈을 벌었다. 어리고 엉뚱한 소년이 퀴닌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실험도구를 씻다가 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염료회사를 세운 내용이다.
무모하다고 생각한 실험에서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하게 된 소년의 모습을 상상하며, 천재성과 우연이 만났을때 또 하나의 새로운 발명이 이루어진다는게 체감된 부분이었다.
또한 이 발견을 통해 염료회사까지 세운 소년의 자기확신도 부러워하며 읽었다.
'말라리아 박멸'이라는 인류의 도전적인 과제 앞에 놓인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 병에 대한 선진국 사람들의 무관심이 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책에서는 말라리아 박멸은 어느정도는 잡혀있다고 말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말라리아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말라리아를 박멸, 치료하기 위한 비용이 박멸에서 얻을 이익보다 크기 때문에 선진국이 무관심하면 개발도상국의 인류는 계속해서 말라리아에 시달려야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인류의 앞에 놓인 가장 큰 걸림돌이 무관심이라는 저자의 말은 꽤 근거가 있는 말이다.
이 약을 섞은 술을 마신자는 눈앞에서 가족이 죽어도 한나절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아편의 위험성을 설명함과 동시에, '고대인들도 약의 힘을 빌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을 달랬던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나는 아편의 위험성만 느꼈는데,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싶어서 와닿았던 부분이다.
저자는 감정선도 꽤 깊은 사람임이 은연중에 느껴졌다.
심각한 통증에 시달리는 상태에서는 모르핀을 투여해도 통증을 완화할 뿐 쾌락을 느끼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르핀은 쾌락과 관련된 약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에서 약의 사용이 고통을 상쇄시킬 수 있나 싶은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
정말 그렇다면 모르핀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약임이 분명하다.
현대 제약 분야에서도 특정 분야에서 최초로 약품을 개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는 정답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수학 난제에 겁없이 달려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수있다.
이 아이디어로 과연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약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닦아놓은 길을 걷는 것과 스스로 길을 개척해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의약품 개발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어느정도 사람에대한 통찰을 품고있기도 해서인지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자신이 수많은 여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에 충격받아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의사까지 나타났다.
출산과정에서 소독약이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원인을 알지 못한채 의사는 치료와 수술을 진행하고, 이후에 감염증으로 인해 여성들은 죽어간 현실에 죄책감을 느낀 의사.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음을, 그리고 의사로서의 사명감에 충실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소독약의 개발이 간절했겠구나를 느꼈던 부분이다.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된 장본인들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까지 생각이 미치게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죄책감이 밀려올 것 같다.
이 부분에서 그 심정을 이해하며 책을 읽었다.
화학물질로 감염증을 치료하려는 시도 자체에 비관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계속된 시료에도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제품이 만들어지지 않자 새로운 전망이 대두되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늘 목적지에 눈앞에서 사람들은 온 길을 되돌아간다는 말이 떠올랐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비슷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비슷한 음식을 먹고, 울고, 웃고 이야기하지만, 감염증에 관해서는 과거사람들과 현대인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산다.
개인적으로는 의약품의 개발이 어느정도 이루어진 이 시대에 살고있는 것을 감사하게 느낀 문장이었다.
조금 더 살았었다면 하는 아쉬운 인물들을 떠올리게 했다.
베니스터가 신기록을 수립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23명의 주자가 마의 4분대 벽을 깬 것이다.
선입견이 주는 가장 큰 한계는 가능성의 제한이라는 것을 설명한 부분이다.
호프만이 개량한 신약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상부에서 무시당했고, 한동안 연구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쓴채 묵혀졌다.
개발된 신약들이 빛을 보기위해서는 많은 우연이 맞아떨어져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때로는 빛을 흐리게 하는것이 멍청한 믿음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약품은 죽음과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 인류의 보편적인 소망과 얽혀있다.
의약품이 가져다준 삶의 연속이라는 기적, 때로는 사람들은 이 기적을 많이 잊고 살아간다.
전반적으로 왜 베스트셀러에 있는지는 체감되는 책이었다.
책의 난이도가 높지 않고, 내용도 흥미로웠다.
다만...난 도서관에서 빌려봐서 아깝지 않았지만, 구매했다면 아깝게 느껴졌을 책이다.
책을 통한 통찰을 얻는 것을 꽤 좋아하는지라, 이 책은 교훈을 주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상으로 책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의 독후감을 마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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