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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이병권 Sep 11. 2024

방황 속 방향

<여행단상집>

<방황 속 방향>


레이네는 산이자 바다이고, 바다이자 산이다.

바다 같으면서도 산답고, 산 같으면서도 바다답다.

피오르 지형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절경이다.


산과 바다 사이에는 작은 섬들이 있고,

그 섬과 섬 사이에는 사람이 있다.


날카롭게 솟아오른 산봉우리 아래에

로포텐 지역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 로르부어가 늘어선 모습은

사람이 풍경의 일부임을 알게 한다.


레이네는 바람마저 풍경에 편입한다.

바람이 불어오면 모든 것들이 거세게 흔들리고

바람이 지나가면 어느새 잔잔하게 고요를 이룬다.


찬란한 풍경의 미미한 일부인 나는

바람의 방황에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무겁고 단단하게 지키고 선 피오르를 바라보며

이내 방황 속에서 방향을 찾아 나아간다.


가까이 보았던 로포텐의 풍경은 생생한 색채여서

지샌달처럼 내 가슴 속에 어스름하게 떠 있다.


내 근심을 세어 무엇하리

나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로포텐에 있다.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의 레이네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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