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놓지 않는다는 것
내게는 전화가 어렵다. 평범한 일상적인 통화는 괜찮지만, 상대와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 앞에선 더욱 그렇다. 최근 이사를 준비하며 또 그런 순간을 마주했다.
집 계약 당시 나는 특별히 요구한 게 없었다. 다만 중개인과 매도인이 함께 넣은 특약 하나가 있었다. 매도인이 렌탈로 사용 중이던 식기세척기와 인덕션을 가져가면서 원상태로 복구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사 날짜가 다가왔고, 나는 인덕션을 새로 주문하기 전 이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고 싶었다. 중개인에게 연락을 했지만 돌아온 답은 예상 밖이었다. 매도인이 원상 복구는 물론 비용 지급도 어렵다며 오히려 민감하게 반응하고 중개인에 대한 고소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가슴이 꽉 조였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당연한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는 걸까?'
'나는 왜 당연히 받을 권리를 포기해야 하지?'
'이런 문제로 갈등하고 불편한 관계를 감수해야 하나?'
두렵고 망설여졌다. 사실 전화가 어려웠던 이유는, 상대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며 나 자신을 놓쳐버릴까 봐서였다. 늘 상대의 마음부터 헤아리고 내 마음을 뒤로 미뤄두던 습관 때문에,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될까 봐 전화를 받을 자신이 없었다. 나는 메시지로 내 의견을 명확히 정리해 전달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썼다. 그러나 중개인은 전화하자며 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 없이 통화만 요구했다.
불안했고 마음이 흔들렸다. 이런 순간마다 늘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조용히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위로를 받았다. 따뜻한 공감이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또 누군가에게 기대는 내 모습이 조금은 속상하고 작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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