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내 27년 인생은 많은 나라들의 영향을 받아왔다.
2년은 영국, 3년은 독일, 4년은 미국, 중고등학교는 한국, 대학 4년은 아랍에미리트.
여행을 다닌 나라들도 셀수 없을만큼 많다.
일본(오사카, 도쿄, 후쿠오카), 중국(베이징), 필리핀(세부, 보홀, 모알보알, 보라카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푸켓, 파타야, 끄라비), 호주, 튀르키예(이스탄불, 안탈리아, 카파도키아), 오만, 이탈리아(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포지타노), 포르투갈, 이스라엘/팔레스타인(예루살렘, 텔아비브), 캐나다
그리고 갔지만 기억은 안나는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까지..
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냈다보니 사실 한동안 내 정체성은 미국인이라 생각했고 western culture, values에 세뇌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야 겨우 자신있게 내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대학교때는 완전히 처음 접해보는 문화권인 중동으로 가게 됐다. 중동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며 처음으로 Russian culture를 접하고 자본주의와는 다른 정치체제/경제학 이론들을 배워보니 그동안 얼마나 내가 색안경을 끼고 서양권을 위주로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졸업 후 한국에 들어와서 이제는 더이상 학생 신분이 아닌 어른으로써의 내 삶을 생각해보면, 난 도대체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그 사이 어느 어중간한 포지션인지, 이젠 도통 모르겠다.
이렇게 글을 쓸때는 한국어로 쓰지만, 말을 할땐 영어가 더 편할때가 있고, 생각은 두 언어로 하고, 즐겨보는 롱폼 컨텐츠는 k드라마가 아닌 미국 시트콤과 애니메이션인데, 또 유투브 숏폼 컨텐츠는 전부 한국 유투브 채널들이다.
지금까지 AI 커뮤니티 운영을 한국에서 1.5년동안 하다가 2주전부터 글로벌 대상 커뮤니티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글로벌 구독자분들의 반응이나 댓글들,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 그동안 접해왔던 구독자분들과는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내가 어디서 살고 누구와 소통하는지가 내 사고 흐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조금 더 들어가자면, 각 나라의 문화는 길거리를 걸어다니거나 지하철을 탈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다르다. 그리고 그게 그 문화권 사람들의 core value를 보여준다.
미국은(도시마다 매우 다르지만 ㅎㅎ) 적어도 처음보는 사람과 정말 쉽게 스몰톡을 할 수 있다.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데 숨기지 않고, 그렇기에 서로의 완전 다른 취향에도 익숙해서 존중하며 비난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점은 자신을 정말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고, 내가 다른 의견을 가지거나 다른 취향을 가져도 그런 취향을 가진 다른 사람들도 스스럼 없이 자신을 표현하다보니 같이 어울리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나쁜점은, 가끔 이제 걷다가 눈마주치면 시비를 건다거나, 자칫하면 정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상황이 온다는 것(?), 한국처럼 안전하진 않다. 사람들이 진짜 예상할 수 없는 쪽으로 행동할때가 많다보니. 살기에는 최악이고, 물가는 매일 높아지며, 숨겨져있는 인종차별과, 총기사고, 노숙자들과 마약중독자들의 숫자가 끊임없이 높아지는 것.
한국은 반대로, 다른 취향을 갖거나 다른 의견을 갖고 있으면, 숨기는게 더 크다. 단일화된 문화와 가치관들이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는걸 싫어한다. 튀는걸 싫어한다. 뭉쳐야 산다라는 말이 있는것과 같다. 다른 누군가가 무엇을 하면 나도 해야한다. FOMO 감성이 크다. 개썅마이웨이를 잘 못한다. 진짜 제정신이 아닌 이상.
- body shaming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외적인 모습에 따라 지켜야하는 '상'이 있다.
- lgbtq 커뮤니티에 가혹하다.
-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한번도 장애인 분들을 뵌적이 없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에 계시는건가.
좋은점은, 살기에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다. 모든게 너무 편하다.
근데 한국 또한 점점 사회적인 문제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한국인으로써 슬픈건 자살률이 제일 높은것, 고령화 시대 속도가 젤 빠른것, 노인 고독사가 많은 것, 출산율이 제일 낮은것, 성별 임금격차가 제일 높은것.
한국을 어떻게 살릴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어떻게하면 세상을 좋은쪽으로 가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다시 고등학생때로 돌아온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컴공과를 선택하고 창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도대체 당장 해야하는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지금 어떻게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을까? 커뮤니티를 통해 AI를 접근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AI를 소개하고 가르쳐드리고 있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가?
AI로 가장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아이템들은 포르노 캐릭터 챗봇들인데, 나도 재정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왔을때 이 결정을 택할까? 내 moral은 어디까지이고 내 가치관들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사람이기에 지금 삶을 살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