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출장을 열흔간 다녀왔다.
뉴욕은 2021년에 간 이후로 4년만에 가는거다.
이번에 가는게 색달랐던 이유는, 내 첫 창업을 뉴욕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4년전 뉴욕대 스턴에서 스타트업 수업을 들으면서 시작했던 첫 스타트업인 Eddie.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한것도 Eddie의 실패를 인정하며 시작된 것이다.
4년이 지난 지금 벌써 3번째 스타트업을 하고 있고,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는 내 모습이 딱히 놀랍진 않다.
아마 과거 대학생 3학년인 용혜림도 뻔히 예상했었을 결과일 것 같다.
당시 여러 비즈니스 수업을 듣는 중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이력서를 봐주시는 날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내 이력서를 보시고 나는 self-independent한 경력만 있어서 회사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그때 당시에도 스타트업을 한참 하고 있었던 때라 딱히 놀랍지도 않았고 슬프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냥 내가 옳은 길로 가고 있다는 느낌밖에 없었다. 아마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웃고 계시겠지.
그때 당시 스타트업 수업을 가르쳐주신 교수님께 창업의 모든것에 대해 처음 배우고 도움을 많이 받았었기에, 이번에 가서 연락을 드렸는데 아쉽게 만나뵙지는 못했다.
그때는 첫 창업이었기에, PMF가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유저 인터뷰만 100개씩 하고 찾은 줄 알고 제품을 8개월동안 만들었었는데. 8개월이 지난 시점 뒤돌아보니 전혀 PMF를 찾지 않은채 제품을 빌딩하고 있었다.
당시 뉴욕 학기를 마치고 다시 아부다비로 돌아가 한참 에디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내 주변 유일하게 창업을 하고 있었던 친구인 민준이와 줌콜을 하며 에디의 실패를 받아들이게 됐다.
생각보다 내 아이를 포기하는건 너무 힘들었고 마음 아팠다.
그 이후로 참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다시 모든게 시작된 원점으로 돌아가보니 그래도 내가 4년동안 얼마나 많이 성장을 하게 됐는지 느낄 수 있어서 기뻤다.
요즘들어 많이 드는 생각은, 지난 두번의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도 아니었던 같다.
법인도 없었고, 투자도 안받았었고, 고객도 없었다. 그냥 일종의 '스타트업'이라고 부른 뽀짝한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에게 (특히 투자자) 여태까지 두번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라고 하면 오히려 그냥 독이 되는 것 같다. 여전히 투자자들은 실패를 한 경험을 딱히 달가워하진 않는다.
'이전 스타트업들도 PMF를 못찾고 실패했는데, 세번째 스타트업이 다를 이유는 무엇인가?' '사업가로써의 자질은 과연 있는가?' '뭘 믿고 저러는건가?' 등등의 피드백은 당연하게 받았었다.
그래서 지금 세번째 스타트업인 모모는 드디어 제대로 된 내 인생 첫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서야 마음가짐이 똑바로 잡혔고, 세일즈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있고, 실제 고객이 생기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모모 5개월째, 제품이 여러가지 버젼들을 거치며, 드디어 가설 검증이 어느정도 되면서 나아가고 있다. 솔직히 매우 신난다. 그냥 요즘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기쁘다. 지금 이 감정을 간직해놔야지.
여전히 투자자들과 얘기할때는 까이고, 욕을 먹고 있고, 프로덕트를 다른 방향으로 만들으라는 말을 듣는데, 투자자 말은 귓등으로 듣고 유저의 말만 전적으로 믿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세일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어느 포인트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사려고 하는지 드디어 파악했다.
어떤 문제점이 제일 크고 확실한지 알게됐다.
이제부터 미친듯이 뾰족하게 좁혀나가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