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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빛 Oct 24. 2022

프로포즈에 대해서

결혼으로 향해가는 과정

프로포즈를 받았다.


대하철에 대하를 먹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프로포즈 당했다. 결혼에 대해 이야기는 했었지만, 연애의 코스였고 그래서 먼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했었는데 사뭇 진지한 그 사람의 모습에 나도 갑자기 가슴이 두근했고 조금은 겁을 먹었다. 연애를 하는 내내 결혼을 하고 싶다면, 결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면 프로포즈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결혼하자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프로포즈 선물로는 가방을 내밀었다. 평생의 버킷백이라고 여겼던 셀린느의 클래식박스와 매우 닮은 트리오페! 사실은 가방을 사놓고, 한달 뒤에 프로포즈하려고 했는데 교환과 환불이 일주일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는 급하게 결혼하자고 이야기 한 것이었다. 나는 그게 서운하거나 속상할 줄 알았는데 막상 가방과 함께 받고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는 포장을 뜯으면 결혼을 무를 수 없다고 긴장한 목소리로 여러 번 말했고 확인받고 싶어했다. 그리고 막상 가방을 열고 나니 나는 싫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 가방이 나의 최애 가방임을 알고, 어디가면 살 수 있는지 확인하고 결국은 사기까지. 이 가방을 사기 위해 웨이팅을 하고, 2시간 반을 백화점에서 보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오로지 내 생각만 했을테지. 그 마음을 알고 나니 노! 라고 외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방을 받아들고 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결혼을 하는거구나.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의 집에 인사를 하러 가지? 어떻게 상견례라는 것을 하게 되지? 집을 구하기 위해 대출은 어떻게 알아보지? 집은 어떻게 사지? 전세/월세/자가 결정부터 그 무엇도 쉬운 게 없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이 세상이 나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집값이 올라도, 다른 친구들이 그 와중에 집을 턱턱 사서 결혼을 해도, 남들이 나보다 쉽게 사는 것처럼 느껴져도 마음을 다잡는 것. 그럴 때 마다 이 가방을 사들고 온 이 남자를 본다. 가방을 사면, 대출을 더 받아야겠지? 라고 고민하면서도 결국은 카드를 긁기까지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이 남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와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 그 마음의 무게를 바라본다.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구나 생각한다. 결혼을 결심한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너와 가족이 되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 이 손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


그 다짐이 행복하다. 없는 만큼 더 노력해서 돈을 모으고, 우리는 결국 잘 살게 될 것이다. 나는 조금 힘들더라도 이 사람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다. 오히려 함께 고생하며 즐겁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고생이 즐거울 것이라 생각하며 결혼을 다짐하는 것, 그것이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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