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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sy Dasom Lim Oct 08. 2021

내가 너랑 맨날 싸우는 이유

포지셔닝은 온전히 고객의 몫이다.

연애에도 STP가 필요해!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하여 공부하며 드는 생각은 연애하는 과정이랑 참 비슷하다.

고객과의 모든 접점을 관리하고, 고객의 숨은 needs를 찾아야 하고 나의 진정성을 전달해야 하고, 끊임없이 반응을 살피고 반영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으면서도 나의 자아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대부분의 연인은 소비자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서 고객으로 즉, 연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Segementation : 나의 이상형을 그려본다. 내가 먹히는 군과 내가 안 먹혀도 포기할 수 없는 이상형을 나눠본다.

Targeting : 세분화 끝에 내 마음에 들어온 그/그녀에게 나의 멋짐과 진정성을 어필해본다. 공통점을 찾아보려고 전화도 하고, 인스타도 뒤지고, 지인에게도 물어봐서 이상한 선물들도 한다. 어떤 걸 가장 좋아했는지 차곡차곡 데이터를 쌓아서 앞으로는 취향에 맞는 선물을 하거나 좋아하는 행동을 하려고 하거나, 싫어하는 짓을 안 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 결과 나의 그대는 언제든 나를 떠날 수 있는 소비자(썸남/녀)에서 나에게 충성심을 가진 고객(애인)으로 변화한다.


Positioning :   그가 좋아하는 일도 많이 했고, 싫어하는 일도  했으니까 최고의 애인이라고 착각한다.


Positioning 고객의 몫이다!

예전에 나의 그와 싸웠던 일 중에 하나가 '생일 선물'이었다.

나는 매해 생일 선물로 뭐가 필요할지 물어도 보고, 굉장히 오랜 기간 관찰도 하고 고민도 해서 선물을 하곤 했다. 굉장히 기뻐했기 때문에 나는 늘 선물 고르는 걸 설레 했다.

그러다 올해도 설레는 마음으로 남자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필요한 것을 물었는데, 아무것도 필요 없다길래 '에이 그래도 사주면 잘 쓰잖아!' 했더니 남자 친구가 길이길이 남을 명언을 남겼다.

"에어 팟은 처음에나 좀 썼지 요즘엔 한 달에 한 번 쓰나? 아 그 마우스랑 키보드도 지금 서류 작성해야 해서 쓰는 거지 얼마나 쓰겠어. 다른 것들도 사실 잘 안 써. 너 필요하면 써 난 내가 산 게 아니면 크게 미련 갖지 않는 편이라. 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어." 미친놈.

맞다. 포지셔닝은 고객의 몫이라는 것을 잊었다. 나는 나의 고객에게 필요하고 원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짐작한 것을 선물했지만 결국은 나의 선물은 '고맙지만 필요 없는 것'이었다.

상처는 내 몫이지만 그다음부터는 선물을 필요하다고 말한 것만 주고 있고, 아직까지 이탈 없이 고객으로 남아있다.


고객과의 모든 접점을 관리해야 한다!

'방금 톡 했으니까 전화는 생략해도 되겠지?' 그런 것은 없다. 나의 애인과 소통하는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한다.

나의 고객은 방금 전화를 끊었지만, 잘 자라는 마지막 톡을 기다리며 나의 인스타 피드를 보고 있다.

나와 함께 아는 친구에게도 함부로 나의 고객에 대한 푸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의 고객이 나의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커플 메신저에 나의 일상을 공유해두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을 좋아했는지 싫어했는지 댓글과 하트를 꼼꼼하게 보고 당장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안 혼날 수 있고, 고객이 이탈하지 않을 수 있다.


나의 애인(고객)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ST는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고객의 취향은 계속 바뀔 수 있고,  말해주지 않지만 나에게 서운해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나는 꾸준히 나의 진정성과 내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일관성 있게 전달하고 쉽게 고객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나의 지향점은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선에서 나의 고객(애인)을 위해 최적화되어야 한다. 즉 "내가 가진 애인으로서의 Value상 Capability와 우리 사랑의 Sustainability와의 Balance를 나의 애인(고객) 관점에서 균형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와 고객은 다르다' by 이직스쿨 김영학)



썸녀는 예측이 가능하지만, 애인은 예측 불가하다.

썸녀는 이성적이지만, 애인은 감성적(비이성적)이다.

썸녀는 숫자로 설명할 수 있지만, 애인은 숫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썸녀는 말이 없지만, 애인은 말이 많다.

썸녀는 뭉치지 않지만, 애인은 뭉치기 쉽다.(친구들과)

 '소비자와 고객은 다르다' by 이직스쿨 김영학


고객은 거저 평생고객이 되는 것이 아니다. 포지셔닝은 고객의 몫이고 내가 백날 잘해줘 봤자

고객의 마음을 모르면 결국 나는 '똥차'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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