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rform One Hundred (2024.08.24.토) *
- Perform one hundred A-minor scales in an afternoon and you will see progress.
어느 토요일 오전 B에게 연락이 왔다.
- A-minor scales를 ‘A 단음계’라고 번역하는 게 정확한가요?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전공 분야가 아닌 내용은 우리나라 말로 되어 있어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하물며 다른 나라 언어로 되어 있으면 단어 자체의 뜻만으로는 전체 맥락을 이해하여 매끄러운 문장으로 만들기 어려워서 전공자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B가 질문한 영어 문장은 굉장히 쉬운 문장이었지만, ‘A-minor scales’라는 부분은 음악을 다루어 본 사람이, 특히 ‘Perform one hundred A-minor scales’라는 부분은, 피아노를 직접 연주해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 Perform one hundred A-minor scales in an afternoon and you will see progress.
- 오후에 A-minor 음계를 100번 연습하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텐데, ‘A-minor scales’는 실제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A-minor scales’로 쓰고 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굳이 번역한다면, ‘가단조 음계’ 또는 ‘A-minor 음계’ 정도로 번역하면 될 것이다.
B와의 이야기가 있던 그날 오후에 내 머릿속에서는 ‘Perform one hundred A-minor scales’라는 문장이 계속 맴돌았다. 오랜 세월 피아노를 쳐보았던 사람은 알겠지만, 피아노곡을 연습하기 전에는 항상 Scale(음계)을 먼저 연습하는 것이 거의 관례화되어 있다. 손가락을 풀기 위한 연습이다.
12개의 Major Scale(장음계)을 차례대로 연주하는데, 피아노 밑에서부터 위에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연습을 수도 없이 한다. Minor Scale(단음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Minor의 경우는, Minor마다 자연단음계, 화성단음계 그리고 가락단음계까지 3개의 음계가 더 있어서 총 36개의 Scale을 연습하게 된다. 물론 장조도 자연장음계, 화성장음계 그리고 가락장음계가 있지만, 굳이 연습하지는 않는다.
장조 12개와 단조 36개를 연습하는 것은 대단한 노력과 힘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리고 같은 리듬으로 치기도 하지만, 부점(附點) (점 8분음표와 16분음표로 이루어진 리듬), 스타카토 또는 그 밖의 다양한 리듬으로 변형시켜서 연습하기도 한다.
본 곡도 아닌, 손가락을 푸는 음계 연습을 이토록 많이 하는 것은 본 곡을 더 잘 연주하기 위해서이다. 운동하기 전에 하는 달리기나, 노래하기 전에 하는 발성 연습과 같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발성 연습에 진을 빼다 보면 본 노래하기도 전에 지칠 수도 있고, 발성 연습 때의 목소리는 좋았지만, 본 곡에서는 그것을 적용하지 못하는, 즉 발성 연습 따로, 본 노래 따로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피아노를 치기 전의 음계 연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음계는 굉장히 잘 치지만 본 곡의 기량은 떨어질 수도 있고, 음계는 별로지만 피아노는 잘 칠 수도 있다.
본 곡을 잘 치기 위해서 하는 연습인데, 그 연습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음계마다 손가락 번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손가락이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면 자꾸 엉겨서 틀리게 되어서 음악이 끊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즉, 밑에서부터 다시 쳐야 한다.
과하게 발성 연습하다가 목이 쉬어버려서 본 곡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계속된 발성 연습에 지쳐서 입을 벌리고 졸았던 경험과 함께 딱딱한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피아노 Scale을 연습하던 어린 시절, 옛 시간이 떠오른다. 여하튼 A-minor Scale을 100번 연습하라는 문구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 아, 맞아. 예전에는 이렇게 피아노 연습을 많이 했었지. 피아노 앞에서 Scale을 이렇게나 많이 연습했었어.
- 그 시간은 다 어디로 갔을까. 피아노와 보냈던 그 수많은 시간….
- 지금 나에게 쌓여 있는 걸까….
-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은 이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었던 거지.
음계를 100번이나 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까? 한 번을 30초로 잡는다고 해도 50분인데, 진득하게 100번을 다 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고 박수를 받을 만하다.
- Perform one hundred (A-minor scales) in an afternoon and you will see progress.
괄호 안에 들어갈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 글쓰기를 100번 해 봐
- 책을 100번 읽어 봐
- 춤을 100번 춰 봐
- B를 100번 만나 봐.
‘1만 시간의 법칙’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으로, 매일 3시간×10년, 또는 매일 10시간×3년, 또는 8시간×5일×52주×4.8년 등 1만 시간에 대한 다양한 계산도 나와 있다. 집중해서 지속적인 훈련이나 연습을 한다면 그에 따른 뚜렷한 결과물이 도출된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겠다.
-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멈추지 말고 꾸준히 연습할 것!
1학기와는 다른 자세와 느낌으로 2학기가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의 느낌으로 1학기가 시작되었다면, 2학기는 무언가 해 본, 익숙한 마음가짐으로 시작된다. 2학기를 맞이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꾸준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여름방학을 잘 보내었을까.
길고 길었던 이번 주, 2학기 첫 주를 힘들게 보내고 학교의 모든 사람이 기다렸던 주말, 모두 다 쉬고 있을 주말이지만, 100번의 음계를 연습하고 뚜렷한 진보가 있기를 바라는 아이들은 또다시 101번째의 음계를 연습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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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학년 아이들에게 여름방학 과제를 부여했다.
국어, 영어와 수학까지 과제가 있었는데, 특히 영어과에서는 교재를 만들기까지 했다.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영어교재는 시중에 널려있고, 학원에 다니며 개인 공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학교에서 똑같은 과제를 부여하니, 영어교재가 없거나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이 책을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좋았다.
입학하기 전 겨울에도 신입생 과제가 있어서 아이들이 신학기를 준비하도록 했기에, 여름방학에도 어떤 과제가 있기를 바랐었지만, 선생님들의 생각이 다양해서 진행되지 못했었다. 그런데 올해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놀랍게도 같은 마음을 품어주었다! 나에게는 이 점이 가장 중요했다. 같은 마음을 품고 함께 했다는 것!
100번씩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몇 번씩은 보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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