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해장국 먹자! (2024.10.26.(토)) *
- 오늘은 해장국 먹자!
말레이시아에서 27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온 방글라데시 출신의 청소부 A는 말레이시아에 온 뒤 한 번도 고향에 가보지 않았는데, 드디어 올해 12월에 31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병가나 휴가도 쓰지 않고 일주일을 쉬지 않고 근무한 A는 매일 아침 목욕하고 아침 먹고 출근,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 가족과 전화로 대화하는 단순한 일상을 27년 동안 반복해 왔다고 한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벌은 53만 원 정도의 월급은 가족에게 보내져서 교육비와 생활비로 쓰였는데, 그의 딸은 판사로, 아들들은 의사와 엔지니어로 성장했다고 한다.
39세였던 A가 70세가 되기까지의 그 긴 세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깜짝 놀라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아주 슬프기도 했다. A의 노동으로 자녀들이 잘 성장한 것은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그 27년의 세월 속에 오로지 혼자였던 A의 메마른 삶이 안타까웠다고나 할까.
고향에 가보지도 못하고, 자녀들의 성장 과정에 함께 하지도 못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던 A의 삶 속에도 아마 작은 기쁨이 있지 않았을까…. 그 엄청난 시간을 참고 인내하게 하고 그 외로움과 그리움을 견디게 했던 것, 그게 무엇이었을까….
식사 중에 B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 퇴직하려면 앞으로 몇 년 남았나요??
- 네, 앞으로 OO 년 남았어요.
- 그때까지 할 건가요?
- (자신 있게) 그럼요!
- 65세까지 정년이 더 길어진다고 하던데요?
- (깜짝 놀라서) 네???
내가 ‘네??’라고 되물을 줄은 나 자신도 몰랐다. 또 ‘깜짝 놀라서’라는 느낌이 들게 될 줄도 몰랐고. 직장인으로 사는 생활이 너무도 감사하지만, 가끔은, 요즘은 특히 더 ‘힘들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니, 아이들에게서 보람을 얻고 의미를 얻을 수 있으면 되는데, 아이들에게서 어떤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되거나 아이들 이외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출근하는 것이 버거워질 때가 있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 이 세상에서 월요일 아침 출근이 즐거운 사람이 있을까요??
사실, 저 질문에 힘 있게 ‘저요!’라는 대답을 늘 했었던 ‘이상한 사람’이었는데, 왜 출근이 힘들어지는 걸까.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이런 생각을 한다.
- (기운이 빠져서) 이제 일주일 시작이구나. 휴….
화요일 아침에는 이렇게 생각한다.
- (조금 상기되어) 3일만 가면 돼.
목요일쯤에는 이렇게 생각한다.
- (완전 신나서) 앗싸! 하루만 더 가면 된다!
그럼, 그토록 기다리던 토요일이 되면 행복한가?? 다행스럽게도 대답은 ‘Yes!!!’ 그나마 일주일 중에 가장 마음 편하고 여유 있는 때가 토요일이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글쓰기’를 제외하고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밀린 잠 자기. 5일 동안 제대로 자지 못했던 잠을 자는 것이 토요일을 기다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니까. 얼마 전 어느 부서에서 진행하는 C 프로그램 신청이 토요일 오전 8시부터라는 공지를 본 D가 이렇게 말했다.
-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신청이라니! 아이들은 꿀잠을 자고 있을 텐데.
- 아, 그렇군요. 아이들이 자다가 일어나야겠네요.
월요일부터 기다리던 토요일에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아카데미 강의를 들었던 작년까지는 토요일에도 아침부터 무척 바빴었지만, ‘너를 위해서 쉬는 시간을 줘야지!’라는 E 여사의 말씀을 받들어 올해는 토요일에 온전히 쉬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나의 토요일에 변화가 생겼다. 새벽기도를 시작한 것….
매일 새벽 기도를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새벽기도는커녕 매일 짧은 기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나마 화요일 교직원기도회가 전부였던 나에게 토요일 새벽기도를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몇 년 전 중대한 일이 생겼을 때 했었던 토요일 새벽기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어 게을러진 나에게 다시 토요일 새벽기도를 시작해야겠다는 상황이 되었다. 토요일의 늦잠을 꿈꾸며 일주일을 보내던 내가 토요일의 꿀잠을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싸늘한 새벽 공기를 맞으며 집을 나서야 하는 이 상황만은 분명 좋은 것이 아닌데, 신기하게도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잠을 더 잘 수 있어서 기다리던 토요일이, 잠을 더 이상 못 자는 토요일이 되었는데도 기다려지는 것은, 무슨 일인 거지??
무언가 특별히 기도할 일이 생겼다는 것은 전혀 기대했던 일이 아니지만, 까만 하늘과 별을 보며 가족과 함께 걸어서 F 교회까지 가는 길, 졸면서 찬양을 드리는 일, 성가대의 놀라운 찬양을 듣는 일, 하품하면서 설교를 듣는 일, 졸다가 아주 잠깐 기도하는 일, 그리고 해가 뜬 거리를 보며 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나의 토요일 일상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은, 역시 기대하지 않았지만, 무척 기다려지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사실, 토요일 새벽 기도가 기다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외식을 하지 않는 우리 집이 토요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오면서 외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토요일 아침 외식…. 들으면 놀라겠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던 전주콩나물국밥을 먹은 것부터 근처 식당을 돌아다니며 식사를 하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우리 가족의 토요일 아침 풍경이 되었다. 오늘 새벽, 교회를 가기 위해 문을 나서면서 내가 말했다.
- 오늘 아침에는 뭘 먹지??
내 말을 들은 G가 말했다.
- 지금 밥 먹을 생각부터 하다니!
- 하하하. 그건 아니지만, 나한테는 밥이 중요한데! 오늘은 해장국 먹자!
아마도 A가 27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을 향한, 자녀를 향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또 매일 저녁 퇴근 후 가족과의 전화 통화가 그의 사막과 같은 삶을 견디게 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가 별로 기쁘지 않은 5일간의 출근과 등교를 견딜 수 있는 것은 토요일의 늦잠과 여유와 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기도하지 않아도 평안한 삶이면 좋겠지만, 기도해야 하는 특별한 상황이 주어진 지금, 모자란 잠을 자지 못하고 날씨도 춥고 일어나기도 정말 싫지만, 이불을 박차고 문을 나서서 새벽기도를 갈 수 있는 것은, 놀라운 찬양과 말씀과 기도가 있어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족과 함께 오가는 길이 아름다워서이고 함께 하는 소박한 외식이 있기 때문이다.
먹고 싶었던 해장국을 먹은 오늘, 다음 주에는 뭘 먹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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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기도회에서 알게 된 찬양
- 모든 상처 치유되리
- 그날 모두 알게 되리
- 모든 답을 얻게 되리
- 모든 걱정 사라지리 그날에
- 모든 고통은 끝나리
모든 상처가 치유되고, 모두 알게 되고, 모든 답을 얻게 되고, 모든 걱정이 사라지며 모든 고통이 끝난다니!
이 좋은 것이 이루어지는 ‘그날(One Day)’을 기다리며 오늘 이 시간을 살아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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