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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감자 May 27. 2024

회사 속엔 내가 너무도 작아

빌딩 숲에 자리잡아야 하나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이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어 잠들기 전에 한 사소한 고민이 몇 년 전 일에 '이건 진짜 아니었지' 하며 잠이 깨기도 한다. 


요새 드는 생각은 내 업에 대한 고민이다. 


사회 초년생이 벌써 이런 걱정을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드는 생각은 아래와 같다. 


'내가 이 회사를 떠나서도 이 월급의 값어치를 하는 사람인가' 


회사는 규모가 클수록 한 사람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공들인 인사구조를 가지는 것 같다. 

너무나도 뛰어나고 자타가 공인하는 한 사람이라도 회사를 떠나게 되면 '하.. 아쉽지', 'A 씨는 진짜 에이스였어'라는 2-3 주 간의 볼맨 소리 끝에 어찌어찌 결국 돌아간다. 

의사결정에는 한 사람에 의한 결정은 쉬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회의와 의사결정, 결재선을 통해 개인의 의견이 들어가기 보다도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터치에 모서리가 깎여 결정된다. 

회사에 개인은 너무나도 희미하다. 


그런 시스템을 구축한 것에 대한 볼맨 소리는 전혀 아니다. 그저 그런 회사들이 무수히 들어앉은 빌딩과 그 빌딩들이 숲을 이뤄 나무 사이의 햇빛 보다도 빌딩에 비친 반사된 빛을 더 자주 보게 되는 종로에 출퇴근하는 내 개인이 살아가야 할 모습에 대해 생각이 많아질 뿐이다. 


그런 회사에서의 살아갈 모습을 생각하면, 젊을 때의 날들을 회사의 일원으로 써의 일 자체를 잘하기 위한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업무 자체에 대한 능력, 인적 관리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내가 본 회사에서의 개인은 몇 프로의, 아니 몇 명의 임원이 되지 않는 이상, 50세 전 후로 팀장에서 밀려 팀원으로 밀려난 팀원으로써의 적응이 실패하거나, 성공하였어도 주는 상무의 복도의 시선들에 1-2 년 후에 서류상으로는 희망퇴직을 하게 된다. 


우리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학원 원장직을 수십 년 간 버텨오셨지만 그 수십 년간 행해온 학원 안에서의 업무의 전문성은 사회에서 알아주길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나는 정말 나 하나, 개인의 뛰어난 전문성, 기술, 자격증을 통해서 사회에서 내 가치를 인정받아낼 것인지, 


사회에서, 어떤 회사에서 나의 가치를 인정받아내는 것보다, 개인으로써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가치를 창출해 낼 줄 아는 개인이 될 것이냐 하는 고민이 든다. 


나 자체로 존재하기 위한 능력 말이다.


어떤 조직에 속해 있기에 조직에 의해 봉급을 받는 개인이 아닌, 사회 속에서 작지만 개인으로써 가치를 창출해 내는 법을 알고 사람들에게 작지만 조금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시간을 제공할 줄 아는 능력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둘 다 가치 있는 일 일 것이며, 무엇하나 쉽지 않은 길인 듯하다. 


다만, 회사라는 명함이 주는 자기소개에 기대어 살아가다, 그 명함 하나 지키고자 많은 눈치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일 그날을 겪지 않기 위해 내 많은 날을 미리 준비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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