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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Sep 03. 2023

투자는 정말 기업을 보유하는 것인가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는 기업을 보유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많은 가치투자자들이 이 말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으며 실제로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말이 투자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많은 투자자들이 이 사실을 투자의 전제로 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생각이 짧고 이해력이 부족해서 투자를 기업을 보유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하지 않는 것일까요? 기업을 보유하는 것을 투자의 바탕으로 삼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가치관을 가진 투자자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근본적으로 '투자란 정말 기업을 보유하는게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분명히하고 싶은 것은 '투자는 기업을 보유하는 것'이라는 말은 절대적으로 참인 명제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법적으로 주식에 대한 소유권은 곧 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주식이라는 것 자체가 기업의 소유권을 분할한 것이며 주식을 사는 행위는 곧 해당 주식이 지닌 기업의 소유권을 사는 행위입니다. 즉 '투자는 기업을 보유하는 것'은 반론의 여지 자체가 없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투자자들이 이 명제를 투자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지 않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으로 옳은 명제가 어째서 고려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주식의 매수가 곧 기업의 소유권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사실이나 현실적으로는 사실과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곧 기업의 이익의 일부분에 대해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1,000라는 순이익을 기록했고 투자자가 1%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면, 이 투자자는 이론적으로 순이익의 1%인 $10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투자자들의 이 권리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기업은 전적으로 경영진의 선택으로 이익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결정합니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환원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모든 이익을 유보해 이후 기업 운영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그 선택은 경영진에게 있으며 주식을 통한 소유권은 전혀 기업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실제로 주식에 대한 소유권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결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 특히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이런 권리가 없습니다. 24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테리 스미스조차 페이팔의 경영진이 자신이 장기간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에 실망했다고 이야기하며 페이팔에 대한 지분을 전량 매도했을 정도로 투자자들은 직접적으로 기업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어렵습니다.


여기에 더해 많은 기업들은 최근 주식의 '클래스'를 나누는 방식으로 주식을 통한 소유권과 의결권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요즘 재무제표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클래스 A 주식과 클래스 B 주식의 구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를 들면 클래스 A 주식에는 주 당 10표의 의결권을, 클래스 B 주식에는 주 당 1표의 의결권을 주는 방식으로 한 쪽 클래스의 주식에 의결권을 몰아주어 일반 투자자들이 매수할 수 있는 클래스 B 주식은 아무리 많이 매수하더라도 경영진과 비교하여 유의미한 의결권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여기에 또 하나를 더해 외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선택하는 경로 중 하나인 ADR으로 상장이 된다면, 이 곳에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들은 또 다시 대부분의 경우 의결권을 거의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이 두 가지 시나리오가 합쳐져있는 주식도 꽤나 많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기업의 소유권이라는 주식은 법적으로는 분명히 그 소유권을 인정받으나 현실적으로는 그 어떤 소유권도 주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엄청난 자금을 운영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에게는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이 결론을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투자란 정말 기업을 보유하는게 맞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면,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없다는 대답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할 때 기업을 보유한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어리석은 행위일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수 많은 맹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 대해 저는 감히 개인 투자자들, 특히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이라면, 역시 투자는 기업을 보유하는 것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잠깐 이야기의 방향을 바꿔 기업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기업의 가치는 앞으로 기업이 평생 벌어들일 현금의 현재 가치'라는 주장은 투자자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가치 추정 방식으로 통용됩니다.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행위는 모두 그 기준과 방식이 다르겠지만 결국은 앞으로 기업이 돈을 많이 벌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의 가치 역시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일 것입니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와 늘 흐름을 함께하지 않으며 가치보다 한참 위 혹은 아래에서 머물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 역시 기업의 가치의 방향성과 같은 방향성을 지니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정리하면 앞으로 기업이 더 많은 돈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면 기업의 가치는 점차 상승하게 될 것이며 주가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와 수렴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에 동의한다면 앞으로 훌륭한 이익을 기록할 수 있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식일 것이라는 판단에도 동의할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투자는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투자하는 것의 장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주식 투자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저 자신이 수천억의 자산가라는 즐거운 전제를 해보겠습니다. 현실은 다르겠지만 많은 기업들이 저에게 찾아와서 투자를 받고자 한다는 또 다른 즐거운 전제를 하겠습니다. 이 경우 저는 실제로 기업의 경영진과 이야기를 하며 실제로 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의미한 소유권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의 기업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러 온 경영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부분에 집중하게 될지를 고민해보면, 높은 확률로 이 기업이 어떤 사업 모델을 가지고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어떤 실적을 올렸고 경영진은 또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고자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얼마나 훌륭한 이익을 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여 투자 결정을 할 것입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미약한 개인 투자자의 이야기로 장면을 바꾸겠습니다. 위에서 말한 내용의 거의 모두가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겠지만, 여전히 앞으로 얼마나 훌륭한 이익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앞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기업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그대로일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로써 투자하는 기업에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겠지만, 이 기업이 실제로 훌륭한 경영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기업의 가치가 증가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 역시 그 가치에 수렴할 것입니다. 전적으로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배제한 상태지만, 궁극적으로 위에서 이야기한 합리적인 투자 방식과 같은 방향성의 투자 선택을 진행하게 됩니다. 기업에 대한 현실적인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투자의 바탕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자신이 추구하는 합리적인 방식의 투자에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는 기업을 보유하는 것이라는 말에 대해서 투자자들은 동의할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의 뒤편에 분명히 존재하는 기업의 존재를 고려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식의 투자도 충분히 성립될 수 있으며 다른 것을 모두 잊고 기업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양극단에서 하나의 선택을 하고자하지만, 많은 훌륭한 투자자들은 양 쪽의 극단에 서있기보다는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양 쪽을 모두 고려한 투자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는 기업을 보유하는 것이라는 명제는 저에게는 절대적인 진리보다는 의식적 마음가짐에 가깝습니다.


9/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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