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는 잠에서 깨자마자 집사를 찾는다. 통통한 꼬리를 들고 의자 주위를 돌며 집사 종아리를 스르르 훑는다. 그리고 폴짝, 집사의 시선 안으로 뛰어든다. 오감으로 제 존재를 각인시키는 문안인사다. 눕는다. 마사지가 시작된다. 집사 손길을 느끼며 저도 꾹꾹,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를 마사지한다. 꾹꾹, 집사의 마음을 주무르는 건지도 모른다. 꾹꾹, 흘러가는 시간을 세워 누른다. 잠시 후 하쿠는 엉덩이를 쭈욱 치켜 세우고 일어나 몸을 한 바퀴 턴다. 시간을 좀더 멈추고 싶지만 하쿠는 안다. 갈 때다. 그렇게 잠시 포근한 시간이 머물다 간다. 그래, 내일은 내일의 인사가 또 있을 테니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