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케이크는 사지 말쟀더니 이 셰프는 케이크를 직접 구웠다. 설탕, 밀가루를 쓰지 않은 키토 케이크. 그, 그래, 일반 케이크보다 더 많은 돈, 시간이 들지만, 그, 그래, 사지는 않은 거지. 나보다 생일이 하루 늦은 김 군에게 선물 받는 것만큼이나 부담이다. 이 셰프 생일 때까지 미역 재배라도 해야 할까.
아몬드 빵의 고소하고 촉촉한 식감, 파스타 소스처럼 부드럽게 식도를 넘어가는 크림, 그 사이 0.2cm 두께로 촘촘히 침투한 슬라이스 딸기의 새콤달콤한 맛의 콜라보는 과연 나 같은 양민에게는 신세계였다. 평소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데 무려 모둠 회를 앞에 두고도 두 조각을 껄떡껄떡 삼켜 버리고 말았다.
다음날 새 책상이 도착했다. 이것도 이 셰프 작품. 작업실을 연희동에서 문래동으로 옮기면서 받은 이사 선물이다. 거리에는 맑은 햇살에 한껏 팔 벌린 목련과 새초롬한 벚꽃이 뒤엉켜 있었다. 보기 드문 기쁨들이 함께 모인 계절. 그러니까, 나만 잘 하면 되는 거다. 하지만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