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육백 년 전부터 응원 받은 삶이다.
정도전으로 시작해 이방원으로 끝나는 조선 건국의 애달픈 여정은 보면 볼수록 오직 세종이라는 한 사람을 위한 치열한 전야제가 아니었나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세종의 훈민정음이 오백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한글로 만개하며 BTS의 가사와 이강인의 PSG 등판에 붙어 세계에 민들레 홀씨처럼 흩날리는 모습은 꽤 경이롭다.
따져보면 나도 한글 덕분에 밥벌이를 했다. 한글은 열강의 문화를 국내 모든 시민들에게 '빨리빨리' 전파하는 부스터 역할도 했다. 무식한 나도, 너도, 한글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 인간의 집념이 언젠가는 누군가를 살린다는 걸 또렷하게 보여주는 증거는 늘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 친숙하고 간단한 것들이다. 한글, 전기, 시간, 산수, 권리, 사랑처럼.
사실상 백 년 역사에 지나지 않은 초기단계의 한글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큰 도구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자장면 짜장면 따위나 심사하는 작태는 끝내 사라질 거다.
결국 사람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에게 이로운 가치가 있는 게 살아남는다. 가치를 가치있다 말해주는 게 사람들이고, 그건 비단 한둘의 우격다짐으로 완성될 계제가 아니다.
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마저도 어느 강렬한 태양의 일부다. 사람을 위한 노력. 세종도 쉽지 않은데 눈에 잘 띌 리 없다. 그러나 지금도 그 누구는 누구를 위해 빛을 내고 있을 거다.
한글을 읽을 수 있다면 당신은, 육백 년 전부터 응원 받은 삶이다. 그러니 하루 육백 원 정도쯤 누구를 빛내는 데 써도 좋고, 적어도 스스로에게 작은 용기라도 내볼 만한 일이다.
*
마침 문자가 왔다.
'진심을 다하는 롯데택배입니다. 양념 칼집구이 배송 시작'
일단 세종을 기려 고기를 먹어야겠다. 진심을 다해.
#한글 #세종 #주시경 #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