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말고 진짜 어른
살면서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몇 번 받았다.
처음 성인으로 인정받던 날, 술집에서 소주를 한잔 입에 탁 털어 넣으면서,
입영 영장을 받아 들고 군 입대를 하며 아버지께 큰절을 올리던 순간,
살면서 가장 길었던 2년을 보내고 전역하던 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에 성공하여 첫 월급을 받아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던 날,
배우자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던 날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던 날 그랬다.
어른
이제는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사회적 위치만 바뀐 것일 뿐 나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나는 어른의 껍질을 쓴 어린이, 어른이었다.
진짜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과 더불어 강한 책임감마저 느끼게 된 순간이 있었다.
바로 태어난 딸아이의 온기가 내 품에 들어온 날이었다.
내 품에 안겨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이의 온기를 느끼자 어른이 되어야만 했다.
지금까지 느껴오던 어른이 되었다는 감정과는 차원이 달랐다.
본인의 의지는 전혀 없이, 오롯이 나와 아내의 선택만으로 세상의 빛을 본 우리 딸.
딸아이를 보자 이제는 진짜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
그것은 철없던 나를 철이 들게 만들어 주었다.
책임감과 더불어 행동에도 조심을 해야 한다.
아이 앞에서 손톱을 물어뜯는 안 좋은 버릇도,
다리를 떠는 행위도,
한 두 마디 뱉던 안 좋은 말들도 이제는 주의해야 한다.
아이를 통해 배우고 또 그 배움을 통해 어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