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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철 Jun 02. 2024

정신현상학과 한국사회

어제 경희대 부설 모 연구소에서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한국사회>라는 문건 발표는 비교적 잘 이루어졌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젊은 학자들로부터 쟁쟁한 캐리어를 가진 원로 학자들까지 16명이 참석해서 질문도 활발하게 하면서 진행되었다. 나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은 철학자의 손에서 다른 분야의 인문학자들과 철학에 관심이 높은 일반인들에게 넘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직접성의 신화, 오성의 전도된 왕국,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불행한 의식, 정신은 뼈다, 안티고네, 프랑스 혁명과 공포, 행동하는 양심, 아름다운 영혼 등 수많은 테마와 서사들이 담겨 있다. 이런 사유의 노다지들을 파헤치는 일은 철학자들의 개념적 사유 이상으로 문학이나 심리학 예술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할 때 더 큰 성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할 일은 그들이 이 책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어제 발표한 문건은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를 가지고 정신현상학을 해석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한국사회의 갈등에 적용한 것이다. 이런 작업은 그동안 천상의 신화처럼 간주되었던 <정신현상학>을 지상의 일상으로 끌어내려 마음껏 그 보물을 철학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과거 프랑스의 철학자들이 그런 일을 했고, 오늘 날에는 분석 철학의 배경을 가진 영미권의 철학자들이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절대로 헤겔을 신비화하거나 우상화하지 않는다. 헤겔은 우리의 철학을 할 수 있는 대화의 상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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