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귤이 강북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같은 나무라도 지역과 토양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말은 나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시한 여러 가지에 두루 통용될 수 있다. 한국은 땅덩어리가 좁아서 경쟁이 심해 인재가 크기가 힘들다. 그저 서로들 잡아 먹으려 하니 언제 남을 배려하고 키워줄 수 있겠는가? 과거 조선에서 이런 현상이 심했고, 일제 식민지와 6.25 사변, 그리고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심해졌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급적 해외로 나가라는 말을 많이 했다. 한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한 것은 개방 위주의 수출 경제 때문이고, 한류 현상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도 바깥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런 탱자 현상 중에 하나가 금융 시장에도 똑 같이 나타나고 있다. 애플의 시가 총액이 한국의 시가 총액 보다 많고, 새로 애플을 누르고 1위로 등극한 엔비디아의 총액은 한국과 대만의 시가 총액보다 많다고 한다. 사실 이런 비교는 말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도 삼성이나 하이닉스, 그리고 현대를 위시한 유수한 기업들이 넘치고, 대만에도 TSMC나 미디어 텍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여럿 있다. 만일 이런 기업들이 다우나 나스닥에 상장되었더라면 마국의 초 일류 기업들과 경쟁을 해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규모가 말할 수 없이 작은 코스피에 상장 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기업에 대한 대접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호전적인 북한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으르렁 거리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컨츄리 리스크(country risk)가 커서 더하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의 금융시장은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권 아래에 있는 반 식민지 상태나 다름없다. 미국의 시장에서 재채기만 해도 이들 나라의 금융 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다우 지수는 천정 부지로 오르고 있는데 한국의 코스피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덕분에 다우와 나스닥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이 생기고, 연기금 조차 한국 시장의 비율을 크게 줄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미국의 메이저 큰 손들은 한국 시장을 떡 주므르듯이 가지고 놀고 있다. 조금만 상황이 이상하면 우르르 자금을 빼내서 한국의 금융 시장을 파탄은 아닐지라도 심하게 교란하기 까지 한다. 한 달 여전 모건 스탠리의 한 분석 보고서는 반도체로 잘 나가나는 Hynix에 대해 반도체 업황이 불황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하면서 20여만원 대의 주가가 목표 주가를 반값인 12만원으로 책정을 했다. 덕분에 그날 하이닉스의 주가는 무려 12% 이상 하락하고 덩달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크게 하락을 했다. 일개 애널리스트의 분석 평가서 하나가 한국 시장을 교란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보고서가 한 두 번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다. 그야말로 오만의 극치라 할 수 있는데 매번 꼼짝없이 당하는 현실에 분노가 생긴다. 그것을 보면 그야말로 한국의 금융 시장이 미국의 식민지라 해도 거의 틀린 말이 아니다. 중국 시장은 미국과 별도로 움직이고, 유럽 시장도 미국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의 영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이런 상태에서는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가기는 정말 힘들 것이다. 한국에도 트럼프 같은 미치광이 정치인이 나와야 약간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