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세이 철학은 기존의 에세이와는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이유로 든 첫번째 이유는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의미화(signification)하는 데는 에세이 철학과 에세이가 동일하지만, 에세이는 주체화할 뿐 객관화하고 보편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화와 보편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 지나치게 객관화와 보편화에 얽매일 경우 에세이철학이 기존의 과학주의와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양자를 가르는 두 번째 이유로서 '비판'(Kritik)을 제시하고자 한다. 에세이는 주관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대상을 비판하거나 논쟁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 반면 철학으로서의 에세이에서는 '비판'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철학사의 역사는 전 시대의 철학이나 사상에 대한 비판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철학에서 '비판'의 의미와 중요성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비판'이야말로 에세이와 에세이 철학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라 할 수가 있다.
2. 에세이 철학의 실천적 교범이라 할 수 있는 <철학은 반란이다>(이안에, 2025)는 에세이와 철학을 가르는 '비판'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한국이란 특정 대상을 비판하는 것이고, 2부는 대상에 대한 해석이나 프레임을 비판하는 것이고, 3부는 가장 높은 단계의 비판이라 할 수 있는 철학과 사상에 대한 비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이 책의 구성은 저자의 자의적 구성이 아니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할 때 사용한 것처럼 가장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가장 추상적인 단계로 상승하는 변증법을 닮아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1권에서 자본주의를 분석할 때 가장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대상으로서 '상품'(commidity)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해서 가치의 이중성과 노동을 분석하고 마침내 자본이 생산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이후 2권에서 자본이 유통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침내 3권에서는 자본의 유통을 거쳐 생산된 상품이 사회 전체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재분배되는지, 즉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체적인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철학은 반란이다>는 책도 구체적인 대상에서 시작해, 이러한 대상과 사건에 대한 해석을 분석하고, 마침내 가장 추상적인 사고의 단계인 사상과 철학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