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국인라는 특정 대상에 대한 비판은 한국인을 특정짓는 가장 일반적인 속성들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1부에서는 자기 보다 못한 타인들을 너무나 쉽게 무시하고 조롱하는 한국인들의 무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접어 들었으면서도 여전히 '헬조선'이라고 자기 비하하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점, 전국민 중 종교를 믿는 비율이 70%를 넘지만 종교가 자신들의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현상, 거짓말이 일상화되어 있는 현상 등 한국인들을 특징짓는 대표적인 현상들을 10여 가지 분석하고 비판했다. '해석과 비판'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2부에서는 언필칭 한국의 대표적인 논객들의 이론이나 해석을 실명 비판하고 있다. 실명 비판은 위험의 소지가 있지만 논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도했다. 여기에는 대표적인 인문학자로서 이어령 교수와 신영복 선생, 한국의 성리학을 해외에서 열심히 비판하는 송재윤 교수, 동양의 고전들에 관해 엄청난 저술들을 쏟아내고 있는 이한우 선생, 최근에 2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저술 <아리스토텔레스 신학>을 펴낸 김상봉 교수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진영 간 갈등의 핵심에 놓여 있는 이승만과 박정희 등이 포함되어 있다.
4. 마지막으로 3부는 가장 높은 수준의 비판이라 할 수 있는 철학과 사상 비판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헤겔과 마르크스, 한나 아렌트와 서구 개인주의 비판, 한국인의 사유와 일본인의 사유의 차이와 비판, 공자와 불교 논쟁에 대한 비판 등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교토대 철학과 교수인 오구라 기조는 <조선사상사>에서 한국인의 문화와 일본인의 문화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일본 문화가 외부로부터 도래하는 문화에 대해 브리콜라주(수선)적인 포섭 방법을 취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조선은 외부로부터 도래한 사상이 기존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변을 추진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로 일반화했다. 이런 단순화가 양자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면이 있지만 , 다른 한편으로 놓치는 측면도 크다. 한국 문화가 새로운 것이 도래할 때마다 전시대의 것을 밀어내고 뒤집기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면도 강하다. 예를 들면 불교가 들어왔을 때 토착 신앙과 타협을 했고, 조선 시대 유교가 전면화되었을 때도 왕실과 민간 신앙에서는 여전히 불교에 신앙이 강했다. 한국은 오히려 종교 간의 공존과 다양성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종교 간의 갈등이 없는 나라로 손꼽힐 정도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비판은 오구라 기조의 지나친 단순화의 허점을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