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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재 강현욱 Aug 23. 2024

우리가 시인이 되던 날.

제3장. 삶.


그런 날이 있지

누군가의 스치는 잔향만으로도

붙잡고만 싶은 그런 날

그런 날에는 바람이 불어오곤 해

발레리는 살아봐야겠다고 말했다지만

바람이 불어올 때면 나는 느낄 수 있어.


바람은 다른 시선을 나에게 보내주니까.


그런 날이 있지

질척거린다고 비난받더라도

그저 머물고만 싶은 그런 

그런 날이면 바람이 불어오곤 

꿀빛 햇살이 모여 꽃잎이 되

찬연한 달빛이 모여 호수가 .


바람은 생경한 세상으로 나를 이끌지.


그런 날이 있지

죽으려는 마음과 살려는 마음의 모순된 의지가

함께 일어서는 게 이상하지 않은 그런 날

그런 날이면 바람이 불어오곤 

짝이는 별빛이 반딧불이가 되어 내려앉고

떨어진 나뭇잎이 편지가 되어 날아 오르는.


바람은 신비로운 꿈결로 나를 인도하지.


그런 날이 있지

고단한 현실과 순수한 시절의 낙차로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그런 날

그런 날이면 바람이 불어오곤 해

눈부신 약속이 단단한 조약돌이 되고

타오르는 다짐이 강물이 되어 유유히 흐르는.


바람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나를 데려가지.


그런 날이면

하늘을 올려다 보고, 몽글한 구름을 세어 보렴

땅을 내려다 보고, 고슬한 흙을 만져 보렴

눈을 가만히 감고, 투명한 바람을 느껴 보

보지못한 자그마한 것들이 다가와

잠언처럼 에게 속삭일테니.


너는 너무 아름답단다.


그런 날이면

 너머의 푸른 빛이 일렁이는 곳으로

너는 날고 있을테니.

그런 날이면

어느새 너는 시인이 되어

계절따스하게 노래하고 있을테니.

그런 날이면

너와 나는 평온한 추억이 되어

다시 어디에선가 꽃을 피울테니.


그런 날이면

바람이 너와 나다시 어디론가 데려가 줄테니.


우리의 삶은 그렇게 한 편의 시가 될테니.


덧.

분주한 한 주를 보내다가 매주 금요일마다 글 한편은 꼭 발행하겠다는 저와의 약속을 놓칠까봐 지난 밤부터 전전긍긍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이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힘들거나 슬프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면, 우리는 시인이 되는 행운도 함께 갖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옥수수 알갱이에서도 삶이 보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무더운 날씨. 건강 잘 챙기셔요.

작가님들, 독자님들. 항상 강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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