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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Apr 27. 2022

수학 문제 틀린 걸 축하해

 우리 아이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뽐내는 걸 좋아한다. 태권도를 배웠을 땐 놀이터에서 태권도를 했고 요즘엔 옆돌기를 잘하게 되어 길거리에서 옆돌기를 하며 다닌다. 껌으로 풍선을 불 수 있게 되자 껌을 한 시간 넘게 씹으면서 풍선이 만들어질 때마다 자신을 보라고 음음음 소리를 낸다.


 이렇게 뽐내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에게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는데 그건 바로 수학이다. 수학을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아이가 더하기 빼기를 곧 잘해서 칭찬을 많이 해줬다. 그랬더니 아이는 나에게 더하기 문제를 내며 자신이 더하기를 할 수 있음을 자랑했다. 스스로 문제를 내고 푸는 모습이 기특했다. 한 자리 더하기를 하더니 어느새 두 자리 더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을 했다. 그러고 나니 아이는 점점 어려운 문제를 냈다. 심지어 자신이 모르는 문제도 냈다. 아이는 14+13=27라는 걸 알았으나 14+18 계산하지 못했다. 일의 자리를 더했을 때 십이 넘어가면 십의 자리에 1을 올려야 한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이걸 알려주려 했는데 아이는 내 설명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는 짜증을 내기도 하고 자신이 맞다며 우기기도 했다. 너무 어려운 문제니까 그렇다고 이건 초등학교 가서 더하기를 많이 배워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해도 아이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이는 자신이 문제를 틀렸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인스타를 보다가 수학 선생님이 쓴 책을 광고하는 게시글을 보았다. 거기에는 수학 문제를 틀리면 기뻐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문제를 틀려야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고 그걸 공부하면서 수학 실력이 향상된다는 말이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내가 아는 쉬운 문제만 풀면 답은 계속 맞힐 수 있겠지만 실력은 늘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게 되려면 우선 처음엔 틀려야 한다. 그런데 틀렸다는 걸 부끄러워한다면 아이는 더 배울 수 없다.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에게 마가 오늘 알게 된 게 있다며 이렇게 이야기해주었다.

"♡♡아, 엄마가 수학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더하기 문제를 틀리면 축하한다고 해줘야 한대."

"왜?"

"틀려야 내가 뭘 모르는지 알 수 있게 되고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대. 문제를 틀렸다는 건 내가 새로운 걸 배울 수 다는 거니까 축하해줘야 된대. 그래서 엄마는 이제 ♡♡이가 문제를 틀리면 축하해라고 해줄 거야."

"응. 좋아."

"엄마는 어렸을 때 틀리면 안 되는 건 줄 알았어. 그래서 시험에서 한 문제 틀린 걸로 엉엉 운 적도 있어. 틀린 건 축하받을 일이란 걸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안 알려줬어?"

"응. 그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몰랐을 거야. 엄마도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된 걸."

"내가 더하기 문제 내볼까? 5 더하기 7은?"

"음~ 그건 뭘까? 풀어볼 수 있겠어?"

"음...... 11?"

"오~ 거의 비슷했어. 축하해! 이제 새로운 걸 배울 수 있게 됐네. 엄마가 설명해줄게. 자, 엄마 손가락 5개가 있어. ♡♡이 손가락 7개 펴봐."

나는 손가락 5개를 편 아이의 왼손을 내 손 옆에 붙였다.

"♡♡이 손가락 5개랑 엄마 손 5개를 합치면 몇 개가 되지?"

"10개."

"그럼 이제 ♡♡이 오른손에는 몇 개가 남았지?"

"2개."

"그럼 총 몇 개일까?"

"12개!"

"맞았어! 그렇게 푸는 거야."

아이가 드디어 내 설명을 들었다. 문제를 틀린 것은 창피한 게 아니라 축하받아야 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니 마음이 편해진 아이는 엄마의 설명도 잘 받아들였다.


 말은 참 중요하다. 특히 아이에게 더 그렇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행동이 바뀐다. 그래서 말을 공부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듣고 싶은 말을,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말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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