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에 유난히 힘들어 한 나를 보고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홀로 바다에도 가고 서울에도 갔다.
정확히는 시댁식구들, 형님들과 함께 보낸 짧은 휴가였다.
나에게도 귀한 단독 휴가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30분 후면 아이와 남편이 돌아온다.
며칠동안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소소하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잠이 들었다.
마음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보기도 하고,
거실 가운데 누워 의미없는 쇼츠를 몇시간이나 보고, 컵라면을 먹었다.
저녁에는 과자를 먹으며 여러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았다.
그 중 [악마를 보았다]는 나처럼 무기력해졌던 내 말초신경을 크게 자극했다.
낮에는 땀으로 티셔츠를 적시며 주방의 기름때를 벗겨내고, 욕조를 박박 닦아 하얗게 만들었다.
무슨수를 써도 안닦일 것 같던 묵은 때를 벗긴 후
반짝거리는 가스레인지와 하얗게 변한 욕조를 보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개학 전에 냉장고 정리를 꼭 해야지.' 하는 다짐도 했다.
요리책을 보고 새로운 요리를 해보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변한 마음때문에 상처 받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자유도 얻을 수 있었다.
앞만 보고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세상 모든 게 변하는 게 이치라면,
그냥 흘러가는대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