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레인 May 16. 2024

하늘에 닿기를...

과슈화

화실에 다니게 되면서 A3 사이즈 스케치 패드와 그 크기에 맞는 화판을 사놓고도 그리기를 계속 미뤘었다.  사람들을 부쩍 많이 만나게 되니 시간을 못 낸 탓도 있어 오늘은 기어코 그림을 그리자며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았다.


화판에 종이를 고정시키기 위해 팬시 마스킹 테이프를 두르고 테두리에 접착력이 좋은 미술용 마스킹 테이프를 더 붙였다.  과슈 물감과 종이 팔레트를 꺼내놓으면서 설렘과 두려움이 또 엄습해 왔다.

 

인체를 그려 넣을 위치를 정하고 중앙이 어딘지를 표시한 후 머리 부분을 그리고 팔과 다리의 뼈대를 동작에 맞게 스케치했다.  

 

머리와 몸통, 팔과 다리의 비율을 눈으로 체크해 가면서 그리지만 이게 맞나 싶은 혼란이 오곤 한다.  스케치를 끝낸 후 전체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아 이대로 진행해 가기로 했다.

큰 붓과 작은 붓을 번갈아가며 바탕을 칠했다.  인체에 가까운 부분은 작은 붓으로 섬세히 칠해나갔는데 아크릴 같은 경우 뻣뻣해진 붓으로도 잘 칠할 수 있었을까 의구심이 잠깐 들었다.

경계가 생긴 부분을 유사색들로 둥글게 덧칠했다.  과슈가 불투명 수채화라 자연스레 퍼지게 물을 더해가며 칠했는데 과슈 특성상 남는 붓 자국을 잘 활용하는 게 관건이었다.

  

바탕이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쩔쩔 매는 중 점심시간이 되어 붓을 놓고 간단히 점심을 먹으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다.

다시 자리에 앉아 일단 인체에 색을 넣기로 했다.  밝음과 중간 그리고 어두움 세 단계로만 표현하면서 일반 수채화처럼 칠해가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머리카락과 옷의 명암을 표현하자니 어두운 밑 색 위에 밝은색을 올릴 수 있는 과슈의 특징에 매료되었다.  전체적으로 담백한 인상을 주고 싶어 세밀한 표현은 자제했다.


드디어 완성!  구름이 잔뜩 낀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왼쪽 아래의 하얀 부분을 어두운색으로 덮으려 했으나 언듯 보기에 파도 같은 느낌도 들어 그냥 두기로 했다.

다음에 화실을 가면 이 그림에 대한 피드백을 쌤한테 받아봐야겠다.  내 그림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생겨 너무 좋다…

* 참조 사진 : Pinterest



매거진의 이전글 8번째 스케치북 완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