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반년 전에 미리 예약한 여행이 성큼 다가왔다. 일요일인 데다 7시 25분 비행기라 엄마는 전 날 우리 집으로 오셨고 남편이 차로 데려다 주기로 한 거다.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에 집을 나서니 하늘에 별이 총총 떠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아주 오랜만에 본 별들이어서 이번 여행의 예감이 무척 좋았다.
새로 생긴 인천공항 제2터미널은 처음 가보는 곳이라 차에서 내려서부터 눈이 휘둥그레졌다. 역시나 그 새벽에 공항은 떠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항공사 앱으로 미리 체크인을 한 덕에 짐만 부치고 검색대로 들어가는 줄을 서는데 엄마의 연세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빨리 들어가는 입구(Fast track)로 가서 보안원에게 물었더니 75세부터란다. 내가 당당히 83세를 외치니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해 엄마 손을 이끌고 긴 줄을 빠져나왔다. 엄마의 연세 찬스가 발하는 순간이었다!
출국 심사를 마치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니 제1터미널과 달리 면세점 배치가 외국 스타일이었다.
시간이 좀 남아 2층에 있는 폴 바셋 커피숍으로 올라가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을 해결했다. 마침 창 너머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어 기분이 무척 좋았다. 별도 해도 잘 다녀오라는 듯했으니 말이다.
비행기들이 이륙 차례를 기다리며 나란히 줄을 선 모습도 재미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탄 비행기 기장이 여성분이어서 왠지 뿌듯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