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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마꼬 Jul 01. 2024

긴장감을 즐긴 하루

- 2024.06.24. 17명의 천사들과 함께 -

2024년 6월 24일 월요일


  연구교사 2년차로 현장평가가 있는 정말 중요한 날이다. 교생 30명을 두고 수업을 해 봤고, 교육청 수업 나눔도 했지만, 이보다 떨리진 않았다. 교직경력 18년째인데, 최고로 긴장되는 하루였다. 아니 1학년 아이들 17명 천사들과 긴장감 즐긴 하루라고 말하고 싶다. 교육청에서 세 분의 평가단이 오시고, 본교 교장 선생님까지 총 네 분이 나의 수업을 평가하신다. 6학년 책걸상 세트를 놨을 뿐인데 이미 와 계신 듯 등에 땀이 흘렀다.



  아이들은 모두 반티를 입으라고 공지를 했다. 깜빡깜빡하는 학부모님들이 간혹 계셔서 아침 8시에 다시 알림장에 "반티" 공지를 올렸다. 담임이 극성이라고 민원이 들어올까봐 살짝 염려도 됐다. 아이들과 같이 가족같은 느낌이 들도록 파란색 티셔츠를 쿠팡에서 저렴하게 구매했다. 아침에 나를 본 아이들은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반겼다. 긴장감이 조금 내려앉았다. 심사위원 책상위에 시원한 생수를 올려두었다. 지금 당장 시원한 생수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나인데 말이다. 딱히 뭐 하는 것도 없는데, 갈증이 나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할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월요일 2교시가 수업이라 그런지 1교시는 아이들 분위기 잡기에 바빴다. 연극 수업이라 너무 풀어지면 아이들이 완전히 흥분을 할 것이고, 너무 경직되면 연극 수업 자체가 표현하기인데, 그게 어려워진다. 적당히 격려해 주면서 연극 수업에 대해 꼭 기억할 것만 다시 인지시켜 주었다.



  "조금 뒤에 교장 선생님을 포함해서 네 분이 우리 수업을 보러오실 거에요. 마음이 어때요?"

 "설레어요"

 "긴장이 많이 돼요"

 "두려워요"

 "못하면 어쩌지? 걱정도 들어요"

 "선생님과 마음이 같네요. 여러분들은 긴장할 필요없어요. 선생님만 보고 수업에 참여하면 되니까요. 여러분들이 수업을 잘해서 보러오신 거에요. 알겠죠?"



  나도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교사 현장평가는 정말 많이 운다고 들었다. 그래서 단순하게 '난 울지는 말자'라는 소박한 신념하나로 수업 준비를 했다. '경력 18년 교사의 수업을 누가 평가해 주겠어? 감사한 마음으로 임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긴장감을 안도감으로 바꾸려고 애썼다. 9시 50분부터 수업인데, 이 분들은 쉬는 시간인 9시 40분부터 교실로 올라오셨다. 다행히 9시 30분에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일러 두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아이들은 그동안 배운 창작동요와 율동을 열심히 했다. 심사위원들은 1학년을 귀엽게 바라보셨고, 아이들이 그동안 만들어놓은 그림책 및 결과물을 꼼꼼하게 확인하셨다. 드디어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주었다. 정말 고맙게도 말이다. 바닷속 간접체험, 탐험 세상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을 친구와 정지장면 만들기, 탐험 세상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을 모둠별로 즉흥극 만들기 활동을 이어나갔다. 9시 40분부터 10시 30분까지 50분동안 화장실에 가지 않고, 친구들까지 싸우지 않고 수업에 임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훌륭한 수업은 아이들이 70%이상의 말을 하고 교사는 30%이하의 말을 하는 수업이라고 하였다. 그것만 들자면 난 훌륭한 수업을 한 것이다. 혼자 잘하고 있어. 괜찮아를 외치며 40분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타블로를 만들고 똑똑 두드리며 대사를 할 때였다. 지효가

  "나에게 물을 주다니 정말 고마운 인간이네" 라고 말을 했다. 여기에 준현이가

  "정글에서 물도 제대로 못 먹었나봐. 울고 있는 코끼리에서 물을 줘야지"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즉흥극 만들기를 할 때는 대사가 잘 안 들려서 조금 아쉬웠지만, 1학년이기에 그것도 잘했다고 여겨졌다. 수업후 20분의 대면 면접이 있었다. 수업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연극 전문 선생님께서는 1학년이 감히 할 수 있는 활동이냐고 극찬을 하셨다. 다른 두 분은 아이들이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놀랐다고 하셨다. 그 외에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두루두루 질문을 하셨다. 다행히 편안한 미소를 나를 바라봐 주셔서 나의 생각을 잘 꿰어 말할 수가 있었다. 21세에 회사 면접 볼 때가 불현듯 생각이 날 정도로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저렇게 대답을 다 해서 하루 잘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저녁이 되고 생각해 보니... "왜 그렇게 대답했지?" "이렇게 말하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 투성이....

  그래도 특별한 경험을 한 날이었기에, 우리 천사 17명과 함께 더불어 잊지 못할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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