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 6년, 결혼 14년 총 20년 함께한 사람과 사는 이야기 -
일 주일 뒤에 두 아이가 활동하고 있는 합창단의 공연이 있다. 그래서 일요일 총연습이 생겼다. 신랑은
"주말인데, 자기가 쉬어. 내가 다녀올게"
늘 착한 신랑이다. 3시간 후 일정을 마치고 아이들이 먼저 들어왔다.
"엄마아~!! 다녀왔어요!"
"응~ 그래. 아빠는?"
둘째가 말한다.
"아빠? 주차장에요. 주차하고 오실 건데."
곧이어 딸이 들어왔다.
"아빠는?"
"우리가 아빠를 주차장에 버리고 왔는데?"
발상이 참으로 귀엽다. 5학년인데, 귀엽기 쉽지 않은데...
5분이 지났을 즈음 드디어 신랑이 왔다.
"오빠~ 왔어? 수고했어"
"오빠 보고싶었어?"
"...... 으~응"
미안하게도 쿨한 인정은 못했다. 수박자두를 갈아서 주스를 만들었는데, 조금 셔서 줄 사람이 신랑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랑은 이 사실을 모른다.
"오빠~ 더웠지? 수박자두 주스 만들어봤는데, 마셔봐~ "
겉으로는 참 친절해 보이는 아내일 수도 있다. 사실은 다른데 말이다.
"내일 도시락에 담을 당근 채 쳐 줄까?"
"응~ 고마워!"
작은 일에 고마움을 표시하면 듣는 사람도, 부탁하는 사람도 미소가 지어진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부부사이에서는 쉽지 않다. 주말마다 나의 도시락을 생각하며 당근과 비트를 채 쳐주는 신랑이다. 부부 사이는 작은 배려부터 시작이다. 아이들은 이것을 보고 배울 것이다. 그래서 두 아이도 연년생이지만, 매우 사이가 좋다.
<아이들에게 그려준 아빠의 포켓몬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