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없는 농담도 하하하 리액션하며 웃어줄 때... 의리부부 -
#도둑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먹을 때였다. 이야기를 하다가 '도둑'이란 낱말이 나왔다. 그때 아이 아빠는
"아빠에게 도둑은 바로 너희 엄마야."
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순간...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게 있었다.
'설마, 내 마음 훔쳐간 도둑? 그건 아니겠지? 제발... '
"너희 엄마가 이 아빠의 마음을 훔쳐갔으니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재개그도 적당히 해야지. 정말 그 식탁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부부이기에
"하하하.. 그렇구나. 내가 도둑이었구나. 도둑과 결혼했네. 자기는~"
의리웃음이 나왔다. 순간 딸이
"아빠, 우리 엄마는 진짜 착한 거야. 다른 엄마였다면 아마 아빠 지금 한 대 맞았을 거야"
라고 하였다. 딸아이가 하는 말을 듣는 데 체한 게 훅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폰네임
나의 휴대폰에 신랑은 "나의 하늘"로 저장되어 있다. 신랑의 폰에 나는 "나의 햇살"로 저장되어 있다. 신랑이
"나의 하늘로 저장만 하면 뭐 해? 나의 땅처럼 대하는데... "
라고 했지만, 나의 땅으로 저장하면 신랑한테 전화가 올 때마다 느낌이 다운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하늘처럼 대접해 주지 않지만, 그래도 나의 마음만큼은 '나의 하늘'이기에 변함없이 저장해 두었다. 며칠 전 월드컵 공원에 따릉이(자전거)를 타러 갔었다. 자전거를 한 시간 타고나니 따릉이 앱에서 문구가 떴다.
'따릉이 한 시간을 타서 하늘이 깨끗해졌습니다.'
이 문구를 읽더니 신랑이 어깨를 으쓱으쓱하면서 하는 말
"내가 깨끗해졌대"
"푸하하~"
난 아재개그에 중독이 되어버렸는지 웃음이 났다. 그 웃음소리를 듣고 아들이 하는 말
"엄마~ 그 말이 왜 재미있는 거야?"
"안 재밌어? 엄마는 진짜 웃긴데~ "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딸
"엄마는 아빠를 진짜로 사랑하네"
"........"
난 조용히 속으로 되뇌었다.
'마루야~ 부부는 절반 이상을 의리로 사랑하고, 의리로 살아가는 거란다. 재미없어도 웃어주고, 리액션해 주면서 맞장구쳐 주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니, 난 참 좋은 아내인 듯하다. 하하.
#프롤로그
하늘이 공개수업 전에 카톡을 보냈다.
"공개수업 잘해~ 예쁨아~"
이 문자를 보더니 딸이 눈이 똥그래졌다.
"엄마가 예쁨이면, 난 뭐야?"
그래서 알려주었다.
"넌 예쁨이 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