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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e May 31. 2023

수십년, 수백년 전의 슬픔과 그리움을 보다


평소 미술관, 박물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지만 이번달은 전시를 세개나 보러갔다.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천년 이상. 과거에 살던 사람들이 느꼈던 슬픔, 괴로움 그리고 그리움이 현재에 전해지는 듯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건, 소 그림으로 유명한 작가 이중섭이 1950년 이후 투병 중에 "멀리 떨어진 아내와 아들들에게 쓴 편지"와, 5세기 경에 만들어진걸로 추정되는 "죽음의 순간을 지키는 사람 토우"였다.


이중섭의 편지

이중섭은 일본 유학시절 알게된 일본인 후배(야마모토 마사코)와 결혼하여 한국에서 결혼하여 아들들과 함께 살고있었다. 하지만, 6.25 전쟁과 장인의 별세로 가족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부산과 제주 등을 전전하며 홀로 지냈다. 생활고와 영양실조, 정신병을 앓으면서도 가족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수십통의 편지를 통해 남겼다.


건강을 크게 해치고 생활고로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가족들을 향한 걱정과 그리움 그리고 다시 만날 날에 대한 기대가 고스란히 편지에 남아있었다.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그린 그림, 아들을 위해 적어내린 적어내린 글, 쉽사리 적어내지 못했을 고민스러운 마음이 드러나는 거친 글씨, 힘든 상황이지만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기위한 한마디 한마디.


이 편지를 보내고 2년 뒤, 쓸쓸히 죽어간 그를 생각하니 그리움과 기대, 사랑으로 가득찬 편지가 더 서글프게 느껴졌다.

아빠가 감기에 걸려서 누워있었어요 / 너희들의 사진
아빠가 약을 먹고 건강해졌답니다


죽은이를 떠나보내는 상형토기와 토우

1,600년 전 신라, 가야.

현대를 살고있는 우리와 말도 사고방식도 음식도 생활양식도 모든 게 달랐을 과거의 사람들.

하지만 소중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평안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시대를 관통하여 이어져오고 있다고 느꼈다.


얼핏 엉성하게 느껴지는 고대 토우들이지만, 소중한 이가 저 세상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함께 할 사람, 동물, 수레, 신발, 음식 등을 하나하나 만들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 속에 숨겨진 복잡한 감정이 전해진다.


한때는 슬픔과 그리움을 느꼈지만 지금은 모두 썩어 흙이 되었을 사람들을 보며, 새삼 유한한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죽음의 순간을 지키는 사람 토우
오예오예


가까이서 지금의 작은 것에 괴로워하고 기뻐하고 분노하는 우리에게, 과거의 작품들은 좀 더 멀리서 스스로를 바라보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전시정보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2023.04.06 ~ 2023.08.27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
2023-05-26~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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