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건 낫토, 눈에 보이지않는 건 본질.
엊그제부로 작은 공간의 임대계약이 시작되었고,
잔금을 치르고보니 "진짜로 하는구나"라는 실감이 들어 글을 적습니다.
오랫동안 지금까지와 다른 일을 할 건지 말 건지 되내였고,
100% 잘 될 거라는 확신은 없지만, 안하면 안되겠다는 확신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뭘할 거냐라는 질문에 "낫토를 만든다"라고 대답하는데,
이 대답으론 하려는 일의 30%도 채 전달되지않는 거 같아 아쉽지만,
저 역시도 눈에 보이지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앞으로 잘 하면 되니깐요.
앞으로 낫투두(納豆豆)라는 이름의 낫토를 만들고, 이를 제공하는 공간을 운영할 겁니다.
낫투두(納豆豆)는,
낫토(納豆)와 낫토를 만드는 데 필요한 콩(豆)의 합성어이자,
남이 만든 욕구나 대세에 휘둘리지않겠다(Nottodo)는 의미를 담고있어요.
지금까지 일을 해오면서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하며 성장하고 배울 수 있었지만,
한편으론 스스로 만든 가상의 비교대상과 나를 비교하게 되면서,
"내 존재가치는 뭘까?", "나보다 잘난 사람이 수두룩한데 내가 노력하는 게 뭔 의미가 있나?"와
같은 질문을 하며 한 없이 휘둘리게 되었습니다. 으아아ㅏㅏㅏ~~
잡생각과 싸워가며, 막연한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다, 콩과 균만으로 만들어지는 낫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물론 거기에 논리적 분석은 없었습니다. 다만,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하나하나가 중요한 낫토와 함께 하게 된다면, 막연하기 그지없는 본질이 조금은 눈에 보이지않을까하는 생각.
누군가는 시장 규모나 경쟁사 분석같은 말씀을 해주시긴 했지만,
그런 식의 접근으로는 한없이 고민만 하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할 듯해서
"그냥 한다"라는 선택지를 골랐읍니다:-)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불쌍해보였는지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보려고 하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도움을 받아버렸으니
할 수 있는 데만큼은 해야겠다는 단계까지는 온 거 같습니다.
낫토의 기본을 알려준 교토와 오사카의 낫토 스승님과,
막연하고 애매한 생각에도 귀기울여주시고 선뜻 설비도 빌려주신 홍석 대표님,
할 수 있을까를 해볼 수 있게 도와주고 낫투두의 방향성을 잡는 데 큰 힘이 된 홍성 청년마을,
본인들은 모르시겠지만 "본인의 방향성을 추구해나가는 분들도, 처음에는 비슷한 고민을 했구나"는 인사이트를 준 수많은 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_.)
빠르게 생겨났다 빠르게 사라지기 보다는,
느리지만 오랫동안 본질로 남는 브랜드이자 공간이 되겠습니다(._.)